관동대 김기원 교수(49·음악학부)는 ‘노래하는 교수님’으로 불린다. 성악 전공 교수라 당연할 수도 있지만, 수업 시간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주 노래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인사도 오페라식으로 한다. ‘안녕하세요’나 ‘반갑습니다’에 곡조를 붙여 높은 톤으로 말하는 것.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사람들도 자주 듣다 보면 같은 방식으로 인사를 하게 된다. 회식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가 건배 구호 ‘위하여’를 화음을 넣어 외치자고 하면 다들 멋쩍어하면서도 동참한다. 이 때문에 회식 때마다 건배 구호 선창은 김 교수의 몫이다.
김 교수는 왕성한 대외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사)기원오페라단 단장과 메밀꽃오페라학교 교장을 맡아 다양한 공연과 오페라 교육에 힘쓰고 있다. 1999년 5월 창단된 기원오페라단은 국내 69개 지역과 해외에서 74회의 오페라 공연을 비롯해 찾아가는 음악회 129회, 오페라 축제 11회, 콘서트 140회, 청계천 금요음악회 62회 등 500회가 넘는 공연을 주최하거나 주관했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강원도내 오지 마을 초등학생들을 위한 음악캠프. 김 교수는 2002년 평창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갔다가 결손가정 아이들이 방치된 것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한다. 그 뒤 음악으로 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2003년 평창군 용평면에 메밀꽃오페라학교를 열었다.
“부모가 없이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을 만났는데 웃음을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경제적으로 도와줄 수는 없지만 음악을 통해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는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페라학교 개교 이후 김 교수는 방학을 이용해 삼척, 평창, 횡성 등에서 ‘찾아가는 오페라학교’를 열었다. 학교 강당이나 교회 등을 빌려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발성과 악보 읽는 방법을 가르쳤다. 오페라에 대해서도 가르쳤다. 비용은 사비로 부담했고 대학의 제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김 교수를 도왔다.
이렇게 힘들게 유지되던 음악캠프는 2007년 큰 변화를 맞았다. 삼척교육청이 경비를 부담하고 기원오페라단이 운영을 맡기로 한 것. 이에 따라 방학 때 음악캠프를 신청한 삼척 지역 초등학생들은 관동대 기숙사에서 2박 3일간 숙식하며 교육을 받는다. 프로그램도 한층 다양해져 타악기 연주, 마임, 탈춤, 무용도 가르친다. 올 여름방학 캠프에는 두 차례에 걸쳐 다문화 가정 자녀 40여 명을 포함해 203명이 참가했다.
실제 행사는 2박 3일이지만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 공을 들여야 한다.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기획에서부터 스태프 섭외까지 맡느라 방학의 절반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시간을 많이 뺏기고 힘도 들지만 이에 비례해 보람도 큽니다. 음악이 줄 수 있는 감동을 나눔으로써 아이들에게 행복바이러스가 전파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모르고 있던 아이들이 음악캠프를 통해 능력을 깨닫고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