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중앙대로, 주민 아이디어로 단장”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6일 06시 30분


분수대서 ‘역사 안내방송’… 영선시장에 ‘다문화장터’…
남구청 ‘문화거리 만들기팀’ 제안 적극 반영
‘그린 존’ - ‘2·28 존’ 등 4개 권역 나눠 개발

‘뚜, 뚜, 뚜∼ 오후 2시 28분입니다. 시민 여러분, 지금부터 자유당 독재정권에 항거해 지역에서 일어난 2·28민주운동의 의미를 소개하겠습니다. 1960년 2월 28일….’

앞으로 2, 3년 후에는 대구 남구 명덕사거리 부근에 설치된 음악 분수대에서 이 같은 안내방송이 울려 퍼지는 것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명덕사거리∼영대병원사거리 중앙대로(1.3km) 재단장 사업을 추진하는 남구가 이 같은 내용의 아이디어를 사업에 적극 반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아이디어는 ‘남구문화거리 만들기팀’이 제안한 것이다.

이 팀은 올 9월 초 결성됐다. 주민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중앙대로 재단장 사업에 적극 반영하려고 남구가 공모를 통해 이 모임의 팀원을 뽑았다. 현재 교사와 대학원생, 미디어업체 대표, 음악인, 공무원 등 19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국토해양부와 대한토지주택공사가 주최하고 대구대가 주관한 ‘2009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대경권 도시대학’ 과정에 참여해 중앙대로 개선 방안을 제시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방안의 제목은 ‘대구 문화예술 거리-생각대로(大路)’. 이곳 구간을 ‘청소년문화 존(Zone)’과 ‘2·28 존’ ‘영선시장 존’ ‘그린 존’ 등 4개 구역으로 구분해 특화시켜 재개발하자는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담겨 있다.

명덕사거리가 있는 중앙대로는 1960년 자유당 정권에 항거해 일어난 2·28학생민주운동의 무대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다. 현재 이곳 일대에는 음악, 미술, 무용학원 등 예능 교습소 200여 곳과 대구교대, 경북예고 등 학교 10여 곳이 몰려 있다.

이 팀은 이런 역사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곳을 4개 구역으로 나눠 재개발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청소년문화 존’에는 상설무대를 설치하고 거리에서 청소년문화축제 등을 연다는 것이다. 팀원인 최홍기 씨(46·지휘자)는 “학교와 학원 등이 몰려 있는 중앙대로 거리에서 청소년 음악공연인 ‘청소년과 떠나는 클래식 원정대’를 열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남구 유환동 경관기획담당(49)은 “명덕사거리에 매일 오후 2시 28분에 음악연주와 함께 2·28운동의 의미를 소개하는 안내방송 시스템을 설치하고 부근에 공공정보전달 안내 전광판도 2.28m 높이로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대구대 김창현 씨(26·대학원 도시지역계획학과)는 “중앙대로 부근에 있는 전통시장인 ‘영선시장 존’에 지역의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다문화장터를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중앙대로의 차로를 축소해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고, 이 거리 일부 구간에 있는 옹벽을 담쟁이덩굴 등으로 덮어 ‘그린 존’을 조성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남구는 이들의 제안을 중앙대로 개선 사업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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