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스테이트월셔 골프장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한나라당 K 의원 등 여권 정치인 3명 등에게 건네졌는지 밝히기 위해 수천만 원 단위로 돈을 쪼개 인출한 이 회사 임직원들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검찰은 한나라당 당직자이자 이 회사 회장인 공모 씨(43·구속)가 회사 임직원들에게 돈 심부름을 시켰으며, 이들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현금으로 전달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 여권 내 갈등에서 불거진 사건?
스테이트월셔 골프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끝은 현 여권 내에서도 공 씨와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 K 의원 등 친이(親李·친이명박)계 인사를 겨냥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검찰은 이 골프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 시점을 두세 차례 미루는 등 조심스럽게 일정을 검토하다가 법무부 국회 국정감사(10월 22일) 직후인 지난달 26일을 D-데이로 잡았다. 사전에 골프장을 답사하고 밤에도 잠복해 분위기를 살피는 등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번 수사 착수 배경을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고발사건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가 많이 흘러나온다. 누군가가 확실한 제보를 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내 친이-친박(親朴·친박근혜)계 갈등 과정에서 이 사건이 불거졌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7월 치러진 서울시당 위원장 선거에서 친이계와 친박계가 첨예하게 맞붙었고, 친박계가 승리한 뒤 기존의 친이계 당직자들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공 씨의 비리첩보가 흘러나왔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사정당국에 포착됐다는 것이다. 공 씨는 서울시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으나, 올해 5월 친박계 인사가 서울시당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물러났다. 공 씨는 지난달 28일 구속되기 전에 “내가 친이계와 가깝다는 이유로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권력형 비리 사전 차단용?
하지만 검찰은 “여권 내 갈등과 이번 수사는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거나 어느 편에 서서 수사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여권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호가호위(狐假虎威)형’의 비리로 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부패척결을 강조했는데, 여기에는 집권 중반기에 들어서면서 권력을 업은 대형 게이트가 발생할 것을 미리 차단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고, 이번 수사도 그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런 기류 때문인지 한나라당은 침묵하는 분위기다. 8일에야 조윤선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검찰 수사는 성역이 없으며, 증거에 입각한 공정수사를 기대한다”고 원칙적인 발언을 했을 뿐이다.
이번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맡고 있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이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사실상 직접 수사를 중단한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대검 중수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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