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하철서 잃은 물건 척척 찾아드려요”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9일 03시 00분


■ 똑똑해진 지하철 유실물센터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유실물센터 나계영 센터장이 5일 환자용 목발, 자전거, 진공청소기, 오토바이 헬멧, 모니터 등 다양한 유실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유실물센터 나계영 센터장이 5일 환자용 목발, 자전거, 진공청소기, 오토바이 헬멧, 모니터 등 다양한 유실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제 여자친구 지갑을 보관하고 있다고…. 이름은 신경선입니다.”

직장인 노의환 씨(30)가 4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유실물센터 문을 열며 말했다. “어서오세요. 남자친구가 대신 찾으러 온다고 연락하셨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얼른 찾아드릴게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윤정애 주임(48·여)은 유실물관리시스템에 접속했다. 이름을 입력하니 ‘디지털 족보’가 떴다.

족보에 따르면 신 씨 지갑은 지난달 30일 지하철 2호선 성내역에서 역무원이 발견했다. 신분증이나 연락처는 없었다. 역무원은 본인 이름과 습득 장소, 내용물 등을 족보에 등록했다. 직접 사진도 찍어 올렸다. 유실물 홈페이지에 띄우고, 3일간 보관했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역무원은 규정에 따라 유실물센터로 지갑을 보냈다. 지갑이 역무원에게 발견된 뒤부터 모든 정보가 족보에 담겼던 것.

지갑을 살피던 윤 주임은 내용물을 하나 더 발견했다. 신용카드였다. 윤 주임은 “그때부터 식은 죽 먹기였다”고 했다. 카드회사에 유실물이라고 알려줬다. 발만 동동 구르던 신 씨는 카드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신 씨는 시청역 근처에 있던 노 씨를 시켜 지갑을 돌려받았다. 노 씨는 지갑을 한 번 열어본 뒤 밝은 표정으로 센터를 나섰다. 현금은 많지 않았지만 지갑 속에는 둘만의 사진이 여러 장 있었다.

1987년 문을 연 시청역 유실물센터가 5일 스물두 돌을 맞았다. 스무 살을 넘긴 센터는 ‘알아서 찾아드리는’ 서비스를 갖추는 중이다. 정보기술(IT)이 이를 가능케 한다. 나계영 센터장(57)은 “예전에는 연락처나 신분증이 없으면 방법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분실한 사람이 알아서 찾아가게끔 보관에만 중점을 뒀던 것. 그는 “지금은 멤버십 카드, 학원 수강증, 미용실 쿠폰, 휴대전화 일련번호 등을 단서로 주인을 추적한다”며 “족보에 단서를 모아두는 것은 나중에라도 주인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시청역, 충무로역 유실물센터에 접수된 유실물은 총 3만3087건. 이 가운데 72%인 2만3795건이 주인 품으로 돌아갔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의 왕십리역, 태릉입구역 유실물센터에서는 10개 중 8개가 주인을 찾아갔다. 주인을 못 찾는 귀중품은 경찰로 인계된 뒤 1년 6개월간 보관되다 국고로 귀속된다. 나머지 물품은 경찰 승인하에 사회복지단체에 기증한다.

지하철 출입문마다 붙여놓은 차량 고유번호나 승차 칸 번호, 내린 시간 등을 정확히 기억해 두는 습관만 기르면 ‘당일 환수’도 가능하다. 나 센터장은 “직원들이 컴퓨터로 해당 열차가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 역무원이 찾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며 “앞, 뒤, 중간 등 대략적인 위치만이라도 기억하면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귀띔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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