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개발한 디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핵심 기술이 이 회사를 인수했던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넘어간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이에 따라 특정 회사를 인수합병(M&A)한 뒤 기술을 빼돌리는 이른바 ‘기술 먹튀’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대주주 일방적 지시로 기술 유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한찬식)는 11일 국가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디젤 하이브리드차의 핵심 기술을 상하이차에 넘기도록 지시한 혐의(영업비밀누설 및 업무상 배임)로 당시 쌍용차 종합기술연구소 부소장을 맡았던 중국인 장모 씨를 기소중지하고 중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장 씨의 지시에 따라 상하이차에 기술을 넘긴 혐의로 쌍용차 종합기술연구소장 이모 상무(49) 등 이 연구소 직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상무 등은 2006년 7월 하이브리드차 중앙통제장치(HCU)의 프로그램 작동 방식을 설명한 ‘소스코드’를 상하이차에 제공하라는 장 씨의 요구에 따라 HCU를 공동 개발한 독일의 자동차 기술개발업체 FEV사에 연락해 이 자료를 건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상하이차와 기술이전협약을 맺지도 않았고 쌍용차의 대표이사나 이사회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HCU는 하이브리드차의 엔진과 변속기 등 각 기능을 제어해 연료소비효율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핵심기술. 당시 쌍용차는 ‘국가 하이브리드 신동력 개발사업’에 따라 정부에서 연구개발비의 절반인 56억 원을 지원받아 FEV사와 함께 이 기술을 개발했다. 2007년 8월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이 기술을 지식경제부가 관리하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이 상무 등은 또 2007년 6월 쌍용차가 개발한 SUV ‘카이런’의 디젤엔진과 변속기 기술자료를 e메일로 상하이차에 넘겼고 2005년 4월에는 시험용 하이브리드차를 만들기 위해 경쟁사인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차 회로도와 자동차 개발계획, 도면표기법 등을 불법으로 입수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합법적인 M&A를 거쳤더라도 두 회사가 별도 법인으로 존재할 때 인수된 회사의 기술을 무단 이전하는 것은 범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쌍용차 “회생계획에 영향 없어”
검찰의 기소에 대해 2006년 기술 유출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밝혔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이대순 변호사는 “상하이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졌다”며 “당시 쌍용차 경영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쌍용차 측은 유출된 기술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1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상하이차에 넘겨준 자료는 하이브리드차 기술의 이해를 돕기 위해 HCU의 일부 기능을 설명한 것”이라며 “중요한 기술적 내용은 삭제한 채 전달했고 넘겨준 자료의 대부분은 인터넷이나 학술지에 공개된 정도의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카이런 디젤엔진 기술에 대해서도 “엔진 성능을 테스트한 자료로 설계도나 제작방법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어 영업비밀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쌍용차는 상하이차가 6일 법원에서 열린 2, 3차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 인가에 이미 찬성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앞으로의 회생절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006년 8월 쌍용차 노조와 투기자본감시센터의 고발 이후 3년 3개월 만에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 사실상 수사를 끝냈지만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노조의 대규모 파업 등을 고려해 발표 시기를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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