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약국 주식회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기업형 약국체인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약사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약사를 고용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가 약사단체들의 거센 반발과 현장 점거로 무산돼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의약부문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 방안’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이 연구결과는 정부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아 KDI가 작성한 것으로 재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달에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KDI는 미리 배포한 보고서에서 “일부 대형약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약국이 약사 한 명이 운영하는 소규모 자본으로 영세한 데다 경영의 효율성도 떨어진다”며 주식회사는 물론이고 합병 합자 유한회사 등 다양한 형태로 영리법인 약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을 포함한 자본가가 의약품 소매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 약국의 대형화, 전문화, 분업화가 가능해지고 프랜차이즈 형태의 기업형 약국체인도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약사들이 2교대 또는 3교대로 근무할 수 있어 늦은 밤과 휴일에도 약국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KDI는 “1인 약사가 장시간 근무하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우게 되면 약사의 가족이나 종업원 등 무(無)자격자가 의약품을 조제, 판매하는 위법 행위가 일어날 소지가 큰데 이런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법인 형태의 약국 개설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 국가가 영리법인 형태의 약국을 세우는 것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KDI는 복수의 약국 개설을 금지하는 ‘1약사 1약국’ 규제를 폐지하고, 일반인의 약국 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대한약사회 및 지방 약사회 등 100여 명의 약사업계 관계자는 “자본 논리에 충실한 기형적인 보건의료 서비스 행태가 생겨날 것”이라며 “(약사의) 생존권 침해와 더불어 국민 건강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청회장에서 ‘보건 분야 전문자격사 제도 개악 결사반대’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 약사는 ‘×’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신충웅 서울시약사회장 후보자는 ‘일반인 약국개업 반대’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삭발식을 했다.
구본진 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이런 사태가 빚어져 매우 유감스럽다”며 “공청회를 재개할지, 아니면 생략할지는 앞으로 관련 부처 및 유관기관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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