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고척동 100 일대는 처음 가본 사람에겐 무척 낯설게 느껴진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아파트들과 고층 건물 한복판에 철조망과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낡은 시설이 있기 때문. 1949년과 1969년에 각각 지어진 영등포교도소와 영등포구치소다. 서울시내에 있는 유일한 교정시설로 이름에는 ‘영등포’가 붙어 있지만 실제 행정구역은 구로구다.
○ ‘구로’에서 ‘구로’로
주민 15만 명이 모여 사는 주거단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보니 영등포 교정시설은 늘상 동네의 ‘혹 덩어리’였다. 더욱이 인근에는 초등학교만 3개가 있어 학부모들에겐 고민스러운 존재였다. 20여 년 전부터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옮길 곳을 찾는 일도 마땅치 않았다. ‘우리 집 앞은 안 된다’는 님비 현상에 발목이 잡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헛바퀴만 돌았다. 해결의 실마리를 보인 것은 5년 전부터다. 다른 구로 옮길 수 없다면 구로구 안에서 다른 장소로 옮기자는 제안이 나왔기 때문. ‘구로(고척동)’에서 ‘구로(천왕동)’로 옮기자는 아이디어였다. 구로구는 법무부와 함께 주거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천왕산 산자락을 선정하고 새 교정시설 신축 등을 주관했다.
13일 비로소 첫 삽을 뜨는 천왕동 교정시설은 총 7만4000m²(약 2만2000평) 규모로, 3, 4층의 낮은 건물들로 구성된다. 구치소와 교도소, 대기소 등 3개 동 모두 최첨단 전자경보 시스템을 설치한다. 외관상 담장이나 울타리는 없애고 연구소 분위기가 나도록 조성한다는 계획. 앞으로 20∼30년이 지나면 이곳 역시 도심 한가운데에 놓일 것을 대비해 시설 주변에는 대규모 숲을 조성한다. 일종의 완충 공간인 셈. 주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테니스장 등 다목적 시설과 실개천, 산책로 등은 주민에게도 개방할 계획이다.
○ 탈바꿈하는 고척동 일대
그렇다면 교정시설이 옮겨간 뒤 고척동은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까. 구로구는 고척동 이적지 11만970m²(약 3만3000평)를 2014년까지 고척동 돔구장 및 개봉 역세권과 연계해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공간인 동시에 편리한 일터, 즐거운 놀이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조성한다는 방침.
우선 1만5000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고급 주거단지가 이적지 내에 들어선다. 구로구는 주거단지와 더불어 풍부한 녹지를 확보해 서울 서남권의 친환경 지대로 만들 계획이다. 2012년까지 완공될 고척동 63 일대 돔구장도 적극 활용해 새로운 도시레저문화도 활성화한다. 종합적인 교통 개선 계획 차원에서 경인로의 도로기능과 보행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지하철 1호선 개봉역과 고척동을 지하통로나 다리 등으로 연결해 접근성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구로구는 이 지역의 지구단위계획수립 용역을 연내 발주한다.
양대웅 구로구청장은 “고척동을 주거와 문화, 상업이 어우러지는 ‘네오컬처시티’로 가꿔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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