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한국 시집와 의료 코디네이터로 꿈 이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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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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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의대 졸업 아키모바 씨 세종병원서 활약

서른 해 넘게 모국에서 살다가 남편 하나 달랑 믿고 한국 땅을 밟는 기분은 어떨까. 두렵고 떨릴 것이다. 말은 안 통하고 생김새도 다르고 마음을 터놓고 만날 친구도 없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어려움이다. 세종병원 국제의료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다문화 워킹맘’ 아리나 아키모바 씨(36·사진)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무조건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라”는 충고를 던졌다.

아키모바 씨는 업무차 러시아에 온 한국인 남성과 만나 결혼한 뒤 2005년 4월 한국에 정착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들이 한글을 깨칠 때 보는 학습지를 구독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낯선 자음과 모음 사이에서 헤매기 일쑤였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한글강좌와 한국문화 강연도 찾아다녔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마음이 통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말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으면서 경기 부천시 통역사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부천시와 세종병원은 러시아 하바롭스크 시와 자매결연을 하고 심장병 어린이를 데려와 무료수술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때 아키모바 씨가 러시아어 통역을 담당했다. 그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러시아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졌다”고 말했다.

아키모바 씨는 5월부터 세종병원 국제의료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그는 원래 러시아에서 의대를 졸업했지만 의료 환경이 좋지 않고 월급도 적어 러시아에서 의사로 활동하지 않았다. 아키모바 씨는 “이곳에서 의료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데 의료지식이 큰 도움이 됐다”며 “러시아나 동유럽에서 온 환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고맙다는 편지를 많이 보내온다”고 말했다.

아키모바 씨는 집에 가면 아내이자 두 아들의 엄마로 돌아간다. 그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바쁘고 부지런하게 일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맞추며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처음에는 꼭 돈을 받는 직장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지역사회 모임에 자주 참여하는 것이 좋다. 일하면서 엄마가 즐거우면 아이들도 덩달아 즐거워진다는 것. ‘시어머니 내편 만들기’도 중요하다. “한국 남편들은 부인이 집에서 살림하는 걸 좋아하는데 시어머니를 후원자로 만들면 든든합니다.” 그가 지난 5년간 터득한 한국생활 노하우다.

: 다문화 여성에 대한 조언 :
○ 빨리빨리 문화에 적응을
○ 지역사회 모임에 참석을
○ 시어머니 내편 만들기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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