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자로 입국한 뒤 기간을 넘겨 불법체류자가 된 베트남인 J 씨는 8월 25일 오전 5시경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오토바이로 의류가공업체의 원단 배달을 나갔다가 경찰의 무면허 단속에 걸렸다. 4월에 이어 두 번째였다. 같은 장소에서 8월 30일 적발된 서울 H대 교환학생인 중국인 왕모 씨(21)도 1월과 4월에 이어 세 번째였다. 서울 혜화경찰서 교통조사계 담당자는 “오토바이 무면허로 적발되면 6개월 동안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인 위반자들에게 ‘조금 기다렸다가 면허를 따라’고 충고했지만 두 사람 모두 생업과 학업에 쫓겨 기다릴 시간도, 면허를 딸 시간도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외국인 무면허 적발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 차량 무면허 외국인 단속 건수는 2005년 1421건에서 2008년 5959건으로 4배로 늘었다. 올해 9월까지 단속 건수도 4051건에 달한다. 전체 무면허 단속 가운데 외국인 단속 건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해 2005년 1.2%에서 지난해에는 3.1%, 올해는 9월까지 3.7%에 이른다.
적발된 외국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합법적으로 면허를 딸 수 없어 부득이하게 무면허로 차량을 몰아야 하는 불법체류자도 있지만 합법적인 체류자도 많았다. 영등포경찰서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위반자들이 대부분 ‘면허 딸 시간과 여력은 안 되는데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한다”고 밝혔다.
실제 내국인들은 서울 4곳 등 전국 26곳에 이르는 운전면허시험장 외에도 전국 421곳의 전문학원에서 연수를 거친 후 시험을 치를 수 있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그러한 기회가 제한된다. 경찰청 교통교육과 관계자는 “전문학원 가운데 외국인들을 위한 별도 연수가 개설된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간단한 시험을 거쳐 해당국가 면허를 국내 면허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고 영어나 본인의 언어로 필기시험을 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교통기획담당관실 관계자는 “경찰청 외사계에서 외국인을 위한 운전면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경기 안산시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 홍보를 하고 있지만 참여 인원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 혜화경찰서 교통조사계 담당경찰은 “단속된 어떤 외국인 교수는 ‘자동차 면허만 있으면 어떤 오토바이도 몰 수 있는 줄 알았다’고 하던데 운전면허교육만 제대로 받았다면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주변에서 면허 없이 50cc 미만 전동기를 몰다가 적발되는 교환학생들도 “이런 것도 면허가 있는 줄 몰랐다”며 당황한다고 단속 경찰들은 전했다.
현재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등 6개 국어를 지원하고 있지만 응시자는 많지 않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응시자는 2648명에서 6036명으로 2.3배로 늘었다.
경찰청은 “외국인 운전면허교육의 참여율을 높이고 면허취득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 고용업체에서도 이들이 면허를 쉽게 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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