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재건축사업 비리 복마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조합장-시공사-공무원 얽혀… 수도권 8곳 28억 뒷돈 거래
32명 적발 4명 구속
“다른 조합에도 수사 확대”

재건축·재개발사업에 시공사나 관리업체 등으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수억 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조합 임원들과 구청 공무원, 전직 경찰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중희)는 15일 조합 설립과 업체 선정 과정에서 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서울 송파구 잠실 모 재건축아파트 조합장 고모 씨(61) 등 조합장 4명과 조합 임원, 전직 경찰간부 김모 씨(40) 등 32명을 적발해 고 씨 등 9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서울 송파 강동구, 경기 성남시의 8개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조합장과 건설업체, 이들을 연결하는 브로커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비리의 복마전이나 다름없었다. 검찰에 따르면 조합장 고 씨는 500억 원 규모의 창호공사를 맡기는 대가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창호업체 대표 김모 씨(50)에게서 모두 30억 원을 받기로 하고 이 중 6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송파구 잠실의 또 다른 재건축아파트 조합장인 이모 씨(59)는 아파트 청소를 담당하는 관리업체 선정에 관여해 업자에게서 3800만 원을 받는 등 조합 설립 단계에서부터 시작된 비리는 정비업체와 시공사, 관리업체나 창호업체 등 부대공사 입찰에서 상가 분양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전직 경찰간부인 김 씨는 2007년 서울 수서경찰서에 근무할 때 송파구 잠실 2단지 조합장이던 이모 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한 적이 있었다. 김 씨는 이를 빌미로 이 씨의 후임 조합장인 또 다른 이모 씨(59)와 친분을 쌓은 뒤 창호업체로부터 1억5000만 원을 받아 조합 임원들과 나눠 가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송파구 공무원 김모 씨(53)는 조합 설립을 인가해 주는 대가로 정비업체로부터 1700만 원을 받아 불구속 기소됐다.

건설회사들이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조합장에게 금품로비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 D건설 부장 이모 씨(47)는 시공사 선정 대가로 수주용역업체 대표 정모 씨(45)에게 2억 원을 받아내 조합장에게 준 것으로 드러났다. H건설 부장 이모 씨(45) 등은 조합장에게 에어컨과 텔레비전 등을 주고 화장실 공사를 해주는 등 3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네기도 했다.

검찰은 조합 임원들과 브로커 등이 챙긴 28억 원의 범죄 수익을 모두 추징 보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비리는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피해가 고스란히 조합원과 일반분양자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다른 재건축 조합으로 수사를 확대해 고질적인 비리 관행을 끊겠다”고 말했다.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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