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고는 멀쩡… 30대 남성들 10m도 탈출 못한 이유 의문 16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실내 실탄사격장 화재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틀째 현장감식을 벌였다. 하지만 두 차례의 정밀감식에서도 화재 원인을 뒷받침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폐쇄회로(CC)TV가 일부 작동되지 않거나 발화 직전 전원이 꺼져 화인(火因)을 밝히는 데 애를 먹고 있다.
○ 25분 만의 참사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중부경찰서의 공식 브리핑에 따르면 14일 오후 2시 25분경 발생한 불은 불과 25분 뒤 꺼졌다. 사망자 10명 가운데 7명은 2층 휴게실, 나머지는 엘리베이터 입구와 1층 계단에서 발견됐다.
진화가 빨랐음에도 인명피해가 컸던 것은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소파 등으로 옮아 연기가 사방으로 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산 하나병원에 입원 중인 가사하라 마사루(笠原勝·37) 씨는 “갑자기 ‘펑’ 소리가 나더니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계단으로 뛰어가는 도중 화염에 휩싸였는데 그 뒤로는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목격자 가와나미 유키코(川浪由貴子·45·여) 씨는 “검게 탄 사람이 거리에 양반다리 자세를 한 채 늘어져 있었다. 옷이 녹아 살점에 붙어 있었다. 머리 부분은 마치 유성매직을 칠해 놓은 듯 참혹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휴게실에 대형 냉난방기와 함께 주방에는 휴대용 가스버너가 있었다’는 일부 진술도 확보하고 내부 기기의 폭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발화지점은 2층 출입구 근처 소파로 보인다’고 추정했을 뿐 특별한 화인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방화 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 먹통 CCTV와 부실 점검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사격장 CCTV 8대의 녹화 자료를 복구했지만 화면에는 최초 발화지점이나 화재 당시 상황, 그 이후 모습은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사망자가 많이 발견된 휴게실을 비추는 2번 CCTV는 9월 초순부터 고장 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7대도 화재신고 시간(오후 2시 25분) 직전인 오후 2시 23분 43초에 꺼졌다. 경찰은 “화재와 동시에 전기 배선이 끊어지면서 CCTV 녹화가 중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신 7구가 발견된 휴게실에서 현관까지 10m도 안 되고 창문이 있었는데도 30대 후반의 남자들이 왜 꼼짝없이 변을 당했는지도 의문이다. 사고 당시 탄약고에는 실탄 1만6000발이 있었지만 실탄은 터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한편 이 사격장은 6일 경찰, 소방방재청, 한국전기안전공사의 합동 안전점검에서는 별다른 하자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부실 점검’ 가능성이 제기됐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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