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사격장 화재참사 鄭총리-행안장관 현장 방문 부산시 수습본부 긴급 구성 “日관광객 안전확보 협력을” 하토야마, 李대통령에 요청
“이럴 수가…” 화재현장 간 日 유가족들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로 숨진 일본인 관광객들의 유가족이 15일 부산 중구 신창동 화재 현장을 방문해 살펴보고 있다. 일부 유가족은 감정이 북받친 듯 연방 눈물을 훔쳤다. 부산=최재호 기자
정부가 일본인 관광객 8명 등 10명이 숨진 부산 실탄사격장 화재 사고 수습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과 피해자 보상 등 사고수습이 늦어질 경우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사고 때문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에 수습할 필요성이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15일 부산 화재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부산시청에 마련된 화재사고대책본부에서 사고 현황과 대책에 관한 브리핑을 듣고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이어 정 총리는 부상자들이 입원 중인 사하구 장림동 하나병원을 찾아 위로의 뜻을 전했다. 정 총리는 14일 사고 소식을 보고받은 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철저한 사태 수습과 사망자 유족에 대한 최대한의 편의 지원을 당부했다.
정부는 사망자 신원 확인과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배영길 부산시 행정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수습본부를 14일 오후 긴급 구성했다. 소방방재청은 “정부는 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해 부상자 치료에 만전을 기하고 재발 방지대책 등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사고 발생 직후 부산으로 가 화재 상황 파악과 사상자 병원이송 등의 현장 조치를 취했다.
외교통상부는 사고 발생 직후 재외동포영사국과 동북아국을 중심으로 ‘대책본부(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번 사건을 총괄 수습하고 있는 행안부를 측면 지원하기로 했다. 신각수 외교부 2차관은 출장 중인 유명환 외교부 장관 대리자격으로 15일 오전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주한 일본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하고 협조를 약속했다고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변인은 “외교부는 소방방재청 측에 연락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이기철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을 사고 현장에 파견해 일본에서 온 유족들의 편의를 돕는 등 현장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15일 오후 2시경 부산 중부경찰서를 방문해 이갑형 서장으로부터 화재 수사 현황을 보고받은 뒤 “경찰의 명예를 걸고 이른 시일 안에 화재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고 사망자 신원 확인작업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사격장에 대한 안전지도 점검 후 참사가 발생해 안전점검이 부실했는지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의 민간 사격장을 대상으로 화재안전 등 방재대책 실태를 일제 점검할 방침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큰 상처를 입은 부상자 및 유족 여러분에게 머리 조아려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과 정중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신속한 사후 처리를 약속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성명에서 “실내 사격장은 물론 다중의 관광객이 이용하는 밀집시설의 안전진단과 지도점검을 통해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 중 사망이나 부상 등 사고를 당할 때 정부 차원에서 보험 보상을 제공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국 사격연습장 내 일본 관광객 안전 확보를 위해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 대통령은 “함께 노력하자”고 답했다고 교도통신이 15일 전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관광업계 “불똥 튈라” 사태 예의주시▼ 한국관광공사와 여행업계는 14일 부산에서 발생한 실내 사격장 화재 사건으로 일본 관광객 8명이 사망하자 즉각 추모의 뜻을 표시하는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 수가 줄지는 않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참 관광공사 사장은 주말인 14일과 15일 임원 회의를 열고 일본 유가족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사건 발생 직후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부산 및 일본 현지의 상황을 체크하고 있지만 15일까지 국내 주요 호텔의 일본인 예약 취소 사태는 없었다”며 “우려할 만한 관광객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업의 특성상 당장 이번 주에 일본인들의 즉각적인 대규모 여행 취소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2주 후를 지켜봐야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의 보상체계 등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일본인은 단연 1위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방한한 외국인 577만6000여 명 중 일본인은 229만 명으로 전체의 39.7%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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