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격장 화재신고 직전 CCTV 7대 꺼져 발화원인 안갯속… 일본인 8명-한국인 2명 사망
鄭총리, 日유족에 유감 표명 정운찬 국무총리(왼쪽)가 15일 부산 실내 실탄사격장 화재 참사의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영안실을 찾아 일본인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일본인 유족들은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해서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산=사진공동취재단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15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 전날 부산 실내 실탄사격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시신이 안치된 이곳을 찾은 25명의 일본인 희생자 유족들 사이에서는 2시간 반가량 침묵만이 흘렀다. 간헐적인 흐느낌 속에 한 가족 한 가족마다 검안실에 있는 시신을 확인한 뒤에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 오쿠보 아키라(大久保章·37) 씨를 잃은 오쿠보 신이치(大久保信一·64) 씨는 “내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는다”며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해서 이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병원을 찾은 정부 측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일본인 사망자의 유족과 부상자 가족 31명, 인솔자를 비롯한 관계자 11명 등 모두 42명은 쾌속선을 타고 이날 오후 1시 반 부산항에 도착했고, 오후 5시에는 2차로 유가족들이 입국했다. 이들은 양산부산대병원과 하나병원을 각각 찾은 뒤 부산 중구 신창동3가 국제시장의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묵념했다.
화재는 14일 오후 2시 25분경 부산 중구 신창동 가나다라 실내 실탄사격장에서 발생해 일본인 관광객 8명 등 모두 10명이 숨지고 6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부산시종합대책본부는 15일 이번 화재로 숨진 10명 가운데 일본인 사망자는 아라키 히데테루(荒木英輝·36) 씨 등 8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나머지 2명은 KR여행사 관광가이드 이명숙 씨(40·여)와 사격장 남자종업원 심길성 씨(31)로 밝혀졌다. 사망자 시신은 모두 양산부산대병원에 안치됐다. 부상자 6명 중 5명은 하나병원에, 1명은 동아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일본의 주요 신문은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참사를 1면과 사회면 톱기사로 일제히 다루면서 사격장의 안전 소홀과 방재시설 미비 등을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이 사격장은 올 6월 경찰과 소방당국의 안전점검을 받았으나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화재에 대한 규정이 엄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15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신속한 화재 정보를 요청했으며, 이 대통령은 “재발 방지의 관점에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며 일본 측에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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