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네모 얼굴에 숭숭 뚫린 구멍, 동그란 눈과 크게 벌린 입. 얼핏 보기에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전 세계 어린이들이 열광했다. 케이블TV 어린이엔터테인먼트채널 ‘닉(Nick)’의 인기 애니메이션 ‘스폰지밥(Spongebob)’ 얘기다.
1999년 7월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스폰지밥’은 이후 172개국에서 방영될 만큼 높은 인기를 얻었다. 스폰지밥 시리즈는 2002년 미국 최우수 텔레비전 비평가상을, 2005∼2006년 연달아 에미상 최우수 만화프로그램 부문을 수상했다.
부모들은 궁금하다. 이렇게 못생기고 볼품없는 만화 캐릭터에 아이들이 왜 열광하는 걸까?
마침 ‘스폰지밥’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스티븐 힐렌버그 씨(47)를 13일 단독으로 만났다. 힐렌버그 씨는 스폰지밥이란 캐릭터를 창안한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원작자.
힐렌버그 씨로부터 독특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비결 1]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라!
스폰지밥은 무척추 해면동물인 스펀지(sponge)에서 착안한 캐릭터. 주인공인 스폰지밥과 단짝 친구 ‘뚱이’(불가사리), 태권도가 취미인 여자친구 ‘다람이’(다람쥐), 매사에 냉소적인 ‘징징이’(오징어)가 바다 속 마을 ‘비키니시티’에서 겪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애니메이션의 주된 내용이다. 흔히 ‘바다 속 생물’ 하면 고래, 물고기, 불가사리 등을 떠올리기 마련. 하지만 힐렌버그 씨는 하필 스폰지에 주목했다. 왜?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면서 지금껏 표현된 적이 없는 대상을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어요. 어느 날 해면동물을 그리다가 우연히 네모난 스펀지를 그렸는데, 모양이 너무 재밌어서 관심을 갖게 됐지요.”(힐렌버그 씨)
그는 무엇보다 스펀지의 변화무쌍함이 흥미로웠다. 스펀지를 담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 스펀지의 모양도 변하는 게 아닌가. 스펀지의 세포들이 힘을 받으면 떨어져 나가거나 한쪽으로 밀리면서 빈 공간을 채우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스펀지의 모양이 생겨났던 것.
[비결 2] 자연과 친근해져라!
힐렌버그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에서 자라난 덕분에 바다와 생물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살던 지역에서는 ‘바위 웅덩이(tide pool·바닷물이 밀려왔다가 나갈 때 해안선의 바위 사이에 생기는 공간)’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바위 웅덩는 파도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고 수온과 염분농도의 변화가 커 다양한 생물이 서식했다. 게, 해파리, 해면, 작은 물고기 등은 그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힐렌버그 씨는 “바위 웅덩이를 살펴보면 다양한 생물체의 움직임을 가까이서 보면서도 그 속으로 직접 들어갈 순 없었기 때문에 마치 한 편의 TV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바위 웅덩이에 서식하는 여러 생물을 양동이에 담은 뒤 친구들과 꺼내 이리저리 관찰했다. 때론 생물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그들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상세히 그리기도 했다.
그는 세계적인 해양탐험가 자크 쿠스토가 만든 다큐멘터리를 즐겨 봤다. 15세 때부터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바다 속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훔볼트주립대에서 그가 해양생물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그는 해양수족관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고래를 관람하거나 대형 범선에서 역사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번은 선원 복장을 하고 “Are you ready(준비됐는가)?”라고 함성을 지르면서 1830년 바다풍경을 재현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환호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스폰지밥 주제가에 녹여냈다.
[비결 3] 스스로 느껴라!
그는 어려서부터 뭔가를 그리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부모님은 그가 무엇을 하든 격려했다. 한번은 친구들과 8mm 카메라를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든 적도 있었다. 종이를 오려서 여러 가지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들을 연결해서 움직임을 만들어 냈는데, 그것이 장르적으론 ‘컷아웃 애니메이션’이란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음악, 그림, 영화, 책 등 주변 모든 사물에서 그는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늘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그림을 그린다. 실마리가 풀릴 전까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생각에 빠진다. 오전 3시에 일어나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내려간 적도 있다.
힐렌버그 씨는 “스폰지밥을 보는 것도 좋지만 난 아이들이 밖에 나가 많이 뛰놀았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부모가 아이에게 많은 정보를 심어주기보다는 자녀가 스스로 경험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림 비디오를 여러 편 보여주는 대신 지금 당장 아이에게 단 한 장의 그림이라도 직접 그려보도록 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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