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일본 언론이 질타한 한국의 안전불감증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16시 24분



부산 국제시장의 실내 실탄 사격연습장 화재로 10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재각인 시켜주었습니다. 사망자 가운데 8명이 일본인이었고 이중 6명은 1박2일 일정으로 당일 오전 페리를 타고 부산에 관광을 온 나가사키의 한 중학교 동창생그룹이었습니다.

일본의 동창생 관광객은 첫 번째 단체 해외여행에서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내일이면 돌아왔어야 할 가족을 불귀의 객으로 맞게 된 가족의 심경이 어떠할까요? 일본정부와 유족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사고처리에 한점의 아쉬움도 남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고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우리나라의 치부를 일본에 보여준 것이어서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숱한 사고를 겪고도 왜 아직 이런 사고를 반복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2007년 전남 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와 2008년 1월 경기 이천 호법면 냉동창고 폭발사고와 12월 이천 마장면 냉동창고 화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들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중국인 근로자였습니다. 이번엔 그 대상이 일본국 관광객이었다는 점만 달랐습니다.

우리나라에 안전사고가 많은 것은 고도 압축성장의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단기간 건물을 짓고 다리도 놓고 하다보니 부실공사도 많고 전기 가스 화재 등 안전관리도 소홀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았는데도 이런 사고가 되풀이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근본이 무언가 잘못되어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실적과 성과만 중시하다보니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인 인명을 경시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참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사격장의 허술한 방재시스템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건물이 바로 지난 6일 소방점검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사고 당일 CCTV 또한 작동이 안 되었다니 하니 원인규명 또한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의 후진성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일본에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안전관리 및 방재시스템에 근본적 혁신이 요구됩니다. 제도와 법령을 개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합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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