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의 거리, 서울色으로 입힌다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한강은백색… 남산초록색… 고궁갈색… 꽃담황토색…

서울시가 올해 8월 마포대교 밑 공간을 활용해 조성한 ‘서울색 공원’. 알록달록한 서울색을 입힌 다양한 조형물과 의자 등으로 꾸몄다. 사진 제공 서울시
서울시가 올해 8월 마포대교 밑 공간을 활용해 조성한 ‘서울색 공원’. 알록달록한 서울색을 입힌 다양한 조형물과 의자 등으로 꾸몄다. 사진 제공 서울시
한강은 무슨 색일까. 문득 ‘물=푸른색’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지기 쉽지만 햇빛이 비친 한강물을 잘 떠올려보자. 반짝이는 은색에 더 가깝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색이 ‘한강은백색’, 서울의 기조색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가장 ‘서울 느낌’이 나는 서울의 대표 색상을 선정했다. 한강은백색을 비롯해 ‘남산초록색’, ‘고궁갈색’, ‘꽃담황토색’, ‘서울하늘색’, ‘돌담회색’, ‘기와진회색’, ‘은행노란색’, ‘삼베연미색’ 등 10가지다. 도입 1년을 조금 넘긴 서울대표색은 그새 서울 시내 곳곳에 녹아들었다.

○ 익숙한 색도 잘 활용하면 보배

한옥 기와의 진한 회색과 가을거리를 수놓는 은행잎의 황금빛 노란색, 염색하지 않은 천연 삼베의 소박한 살구색 등. 서울대표색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함이 특징이다. 서울시는 경복궁과 명동성당, 동대문시장, 63빌딩, 서울역 등 서울을 대표하는 자연 및 인공환경 33곳에서 250가지 기본색(서울현상색)을 뽑아냈다. 이 중 노출 빈도가 높은 50가지 색은 ‘서울지역색’으로 압축하고 다시 여론조사와 전문가 조언을 거쳐 추린 색이 서울대표색 10가지다.

서울시는 서울대표색을 비롯해 서울색을 도시 곳곳에 적용해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정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색을 활용하는 방법은 공간에 따라, 경관에 따라 까다롭다. 기존에 있던 다른 색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 자연녹지경관에는 푸른색이나 녹색 계열의 원색은 최대한 사용을 줄이고 주로 맑고 온화한 느낌이 나는 연한 녹색이나 밤색 등을 활용해야 한다. 수변 인접 시설에는 물의 색상을 부각시키는 자연스러운 색을 주로 쓰되 광택이 진한 소재는 피하기로 했다. 역사문화경관에는 전통문화 특유의 색채를 더 강조하는 붉은색과 주황 보라 등 화려한 색상을 과감하게 쓴다. 주거지에는 중·저채도 색채로 안정감을 유도하고 업무지에는 다소 진한 청색이나 검정 등 강조색을 권장해 진취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 ‘남산초록색’ 공원에서 ‘서울하늘색’ 크레파스까지

서울색이 적용된 가장 대표적인 곳은 올해 8월 마포대교 남단 교량 하부에 들어선 ‘서울색 공원’이다. 시민들에게 서울색을 홍보하는 동시에 어둡고 황량한 다리 밑 공간을 밝게 개선하자는 취지로 조성했다. 다리 기둥마다 서울색을 소개하는 띠를 둘렀고 피아노 건반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조형물과 의자에도 서울색을 입혔다.

환경미화원 근무복 및 환경위생차량에는 ‘형광연두색’을 적용했다. 남산초록색 계열 중에서도 밝은 계열의 녹색을 활용해 밤에도 눈에 잘 띄도록 한 것이 특징. 밝은 옷색깔이 환경미화원들을 차량 사고 등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거리 미관도 밝게 한다는 평이다. 해치택시와 외국인 관광택시에는 경복궁 자경전 꽃담에서 추출한 한국 고유의 ‘꽃담황토색’을 입혔다. 보건소마다 달랐던 간호직 유니폼은 ‘돌담회색’ 등으로 통일했고 안내표지판은 ‘고궁갈색’, 가로변 가판대인 에스숍(S-shop)에는 ‘기와진회색’을 적용했다.

서울시 측은 “서울색으로 도료를 개발해 더 다양한 공공시설에 적용하는 한편 서울색 크레파스와 색종이를 제작해 어린이들에게 보급하는 등 서울색으로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