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車 조립… 기상청 견학… 환경 중요성 손으로 발로 배워 쓰레기 주우며 캠페인도 열심 학교 주변을 ‘클린존’으로 바꿔
“자, 4학년! 자동차는 무엇으로 움직이지요?” “휘발유요!” “맞아요. 그런데 우리는 오늘 휘발유가 아닌 태양열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 거예요.”
최근 방문한 대전 유성구 송정동 남선초등학교 4학년 교실. 한 학년이 모두 15명뿐인 초미니 학급이다. 임동수 교사의 말이 끝나자 교실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날 수업은 재활용품을 이용한 태양열 자동차 만들기. 학생들이 빈 캔이나 두루마리휴지 심에 집열판을 붙이고 바퀴를 조립했다. 임 교사는 송곳으로 구멍을 뚫는 것과 같은 위험한 작업을 도와주며 수업을 이어나갔다.
“자동차가 내뿜는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태양열로 가는 자동차를 만들면 지구가 더워지지 않겠죠.”
○ ‘열 살 친환경 습관 여든까지’
이 학교 학생들은 1주일에 2시간 있는 ‘재량활동시간’을 이용해 환경을 공부한다. 물이나 공기 오염 등 간단한 내용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체에너지, 친환경 식습관이나 ‘도시 광산 프로젝트’(폐가전 제품에서 희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사업)까지 수업 내용이 다채롭다.
거의 대부분의 수업은 체험학습 위주로 진행된다. 여든까지 갈 친환경 생활습관과 지식을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히게 하기 위해서다. 환경수업 연구담당인 임 교사는 “아직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녹색성장’ ‘지구 온난화’ 같은 용어를 어려워한다”며 “반면 체험학습 형태로 진행한 수업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장학습 기회도 최대한 자주 마련한다. 기후변화를 가르칠 때는 기상청을 견학하고 대체에너지 시간에는 풍력발전소를 찾아가는 식이다. 임민수 남선초교 교장은 “반드시 어떤 시설이나 기관을 찾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온실가스에 대해 배울 때는 근처 숲을 찾아가고, 에너지 절약에 대해 배울 때는 학생들의 가정집이 교육 현장이 된다”고 강조했다.
○ 수업부터 생활까지, 모두 환경교육
남선초교에는 환경교육이 환경수업 시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지식과 생활습관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설과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학교 뒤편에는 높이 1m, 너비 1.5m 정도 되는 커다란 상자에 흙을 담고 지렁이를 키우고 있었다. 학생들이 관리하는 지렁이는 급식 후에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를 먹여 키운다. 선생님들은 “지렁이가 먹이를 먹고 흙에 남긴 배설물은 식물이 자라는 데 좋은 영양소”라는 점을 가르치는 한편 원하는 학생들에게 이 흙을 담은 화분이나 지렁이를 분양해 준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법과 생태계의 정화 능력을 동시에 가르치는 셈이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동네 환경 지킴이로 나선다. 학교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학교 후문에서 500여 m 떨어진 계곡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누군가가 몰래 버린 폐가전 제품 등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지만 올 3월부터는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의 환경정화 활동이 구청에 알려지면서 구청에서 이 지역을 ‘클린 존’으로 지정해 무단투기가 적발될 경우 엄하게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일반 교과시간에도 친환경 수업을 한다. 국어 시간에 숲을 소재로 한 시를 배울 때는 숲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실과시간에 음식 만들기를 공부할 때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강조하는 식이다. 임 교사는 “담임과 교과 교사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자율적으로 모여 친환경 수업과 관련된 지식을 공부하고 효율적인 교수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체계적인 환경 교육하려면 교재개발 - 예산지원 있어야”▼ 임민수 교장 - 임동수 교사 제언
남선초등학교 임민수 교장과 환경수업 연구담당인 임동수 교사는 “일선 학교의 준비와 노력만으로는 체계적인 환경교육을 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사들이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환경수업에 필요한 비용도 적잖게 들기 때문이다.
교단에 서는 교사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점은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 학생들에게 환경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데 교사용 환경교육 교재가 거의 없어서 교사들이 공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 등을 보고 공부하지만 아이들에게 쉽게 풀어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전달될 우려가 크다.
실제 임 교사는 “원자력발전과 관련한 수업을 준비할 때 아이들에게 원자력발전시설을 그림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어디에서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한 그림을 찾지 못했다”며 “결국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개념도를 단순하게 다시 그려서 수업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남선초교는 전교생이 66명이어서 교재 구입이나 현장학습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작은 덩치가 환경수업엔 유리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한 학년만 수백 명인 일반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예산만으로 체험학습을 시키기 어려운 형편이다. 임 교장은 “수업을 강행하려면 결국 학생과 학부모 부담이 커지지 않겠느냐”며 “체험학습 위주로 교육을 할 수 있는 적당한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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