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겨울철을 맞아 노숙인 거리 상담 인원을 2배로 늘리고 시설 입소 등을 권유. 19일 밤 상담원들이 서울역 지하도에 생활을 하는 노숙자들. ㄷ
아저씨, 잠깐만 일어나 봐요. 다리 움직여지세요?"
19일 오후 9시 서울역 인근 염천지하도 입구. 영하의 날씨 속에 종이박스만 깔고 누워있는 노숙자에게 노숙자 지원센터인 '다시서기' 소속 마명철 상담원이 말을 걸었다. 가스 흡입 중독 증세를 보이는 35살의 노숙자가 가까스로 몸을 움직이자 상담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노숙자는 이달 3일 폐쇄된 염천지하도를 떠나지 못하고 철문으로 막힌 계단 앞에서 생활 중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서울역 인근에선 노숙인 300여 명이 삶을 이어간다. 이 중 200여 명은 난방이 되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잠을 청하지만 나머지는 자리가 남는데도 굳이 야외에서 밤을 보낸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이 추운 날씨 속 바깥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성이 부족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정신질환 및 알콜 중독 등을 앓고 있다. 여럿이 함께 자는 서울역 대합실은 이들에게 상당히 부담스런 공간이다. 서울시에서 권유하는 노숙인 보호 쉼터나 센터생활은 더욱 상상할 수 없다. 다시서기센터는 이들을 '위기 노숙인'으로 관리한다.
서울시가 겨울철을 맞아 노숙인 거리 상담 인원을 2배로 늘리고 시설 입소 등을 권유. 19일 밤 상담원들이 서울역 지하도에 생활을 하는 노숙자들. 동아일보 위기 노숙인들이 그나마 사람을 피해, 그리고 바람을 피해 찾는 곳은 시내 지하도. 매년 겨울철이면 서울역 인근 지하도마다 20~30여 명씩 모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거리 미관 관리 차원 및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지하도가 잇달아 폐쇄됐기 때문. 노숙자들이 모여 살던 남대문 지하도는 추석 이후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남5가 지하도는 지난해 말 아예 없어졌다.
서울시는 이달 15일 겨울철 길거리 노숙인을 보호한다며 센터 입소 지원 및 응급 잠자리 마련 등을 담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선 노숙인들이 센터를 거부하는 이유를 파악하지 않은 채 내놓은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응급 잠자리로 제공된 쪽방 10칸도 전체 서울 시내 노숙인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있다.
유수현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조건 노숙인 시설 입소를 권유하기보다는 정신질환이나 알콜 중독 문제가 있는 경우는 따로 분류해 전문 사회복지시설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