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평양의 유명 관광지인 미국령 사이판에서 20일 낮 신원 미상의 괴한이 한국인을 포함한 관광객 여러 명에게 총기를 난사해 4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했다. 한국인 사망자는 없으나 척추에 총격을 당해 중상을 입은 박모 씨(39)를 포함해 한국인 6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사이판 시내 관광지 마피 지역에서 괴한이 한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도주했다”며 “총기를 난사한 괴한이 관광지인 ‘만세절벽’에서 자살해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5명”이라고 말했다. 총상을 입은 박 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며 관광가이드를 포함한 나머지 한국인 부상자 5명도 경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부인과 함께 국내 여행사를 통해 이날 사이판에 도착해 아침 식사를 하고 관광에 나선 뒤 총상을 입었다. 여행사 관계자는 “박 씨가 수술을 받았으나 생명에는 위험이 없다고 들었다”며 “박 씨는 부부동반 친목 모임으로 간 일행 11명 중 1명으로 남자 일행이 모두 동갑이어서 동창이나 친구 사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씨 외에 일행 1명도 경상을 입고 호텔에서 쉬고 있다”며 “사고 현장은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른 부상자들은 별개의 현지 여행사를 통해 사이판을 여행하고 있었으며 8세와 5세짜리 남매, 이 남매의 아버지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사이판타임스에 따르면 이 괴한은 마피 지역에서 총기 난사를 하기 약 1시간 전인 오전 11시 20분경(한국 시간 오전 10시 20분) 카나 타플라 지역에서도 총기를 난사했다. 이곳에서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현지인 남성 각각 1명과 10세 미만의 어린이 2명 등 모두 4명이 숨졌다.
괴한은 이어 마피 지역 관광지인 옛 ‘일본군 최후사령부’ 앞 도로에 차를 멈춘 채 창문을 열고 한국인 관광객들을 향해 13발의 총탄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마피의 사격장에서 일하는 30, 40대 동양인 종업원으로 알려졌다.
조지프 케빈 빌라고메즈 보건장관은 현지 언론인 사이판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부상자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상자 가운데 4명은 곧 퇴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사건 발생 직후 사이판 인근 관광지인 괌에 위치한 주하갓냐 출장소를 통해 현지 주지사 및 경찰 당국에 한국인 보호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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