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대로 거둔다… 시험에 ‘설마’는 없다 고등학생 때 전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고3 1학기 초까지 내신 1.7등급의 성적을 유지했고, 모의고사에선 평균 2등급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입학 후 쭉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전 ‘내 실력이면 K대, Y대는 무조건 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제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거라 기대하셨습니다.
고3 6월에 치른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평소 자신 있었던 수리영역이 4등급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때 큰 충격을 받았지만 한 달 뒤 치른 교육청 학력평가에서 성적을 다시 올리면서 제 실력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금세 잊어버렸습니다.
이후 전 ‘4등급’의 실패를 다시 떠올리지 않았습니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황금 같은 여름방학도 별다른 준비 없이 보냈습니다. 해이해진 정신상태로 시간을 허비한 결과는 2학기 초 나타났습니다. 수능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수리영역 성적이 4등급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수능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 우왕좌왕했습니다. 남은 기간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수능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두 번의 모의고사 때와 마찬가지로 수리영역에서 4등급을 받았습니다.
수리영역 하나 때문에 그간의 고생이 모두 물거품이 됐습니다. 원하던 대학에 원서접수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잘되겠지’란 생각으로 수시 지원 결과를 기다렸지만 지원했던 대학들로부터 모두 불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저는 바로 마음을 다잡고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가장 먼저 실패한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어떻게든 잘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와 그로 인한 학습량 부족이 문제였습니다.
고3 담임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1월에 재수전문 학원의 선행반에 등록했습니다. 선행반에서 공부한 한 달 반은 제게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수능을 치른 후 두 달가량 방황하면서 떨어졌던 감(感)을 되살렸고, 기본 개념을 다시 꼼꼼히 정리하면서 실력을 다졌기 때문입니다.
선행반 이후엔 재수 정규반에 등록해 주중엔 오후 10시까지, 주말엔 오후 6시까지 학원 자습실에 남아 공부했습니다. 이미 잘 아는 내용이 나와도 ‘기초부터 다시 한다’는 각오로 집중해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재수 생활을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나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대학생이 된 친구들을 보면서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학습 의지가 꺾였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집중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주말엔 노래방에 가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억지로라도 책을 붙잡고 앉아 있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학원 수업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언어 4등급, 수리 1등급, 외국어 2등급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탐구영역은 4과목 중 한 과목을 제외하고 모두 1등급을 받았습니다.
성적이 오르면서 다시 마음을 잡았습니다. 공부가 잘되지 않을 땐 함께 재수를 하는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선 언어 1등급, 수리 2등급, 외국어 1등급으로 성적을 더 올렸습니다.
그 이후엔 주말에도 오후 10시까지 자습실에 남아 공부했습니다.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을 땐 수리와 과학탐구영역을 총정리하고, 11월엔 수능 기출문제를 집중적으로 풀면서 실전에 대비했습니다. 결국 전 두 번째 도전에서 언어 2등급, 수리 1등급, 외국어 2등급, 탐구영역 4과목 모두 1등급이라는 성적을 얻었습니다.
제가 재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겸손한 자세로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시간에 아는 내용이 나와도 다시 한 번 그 내용을 반복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지각이나 결석도 하지 않았습니다. 몸이 아파도 조퇴하지 않고 공부했습니다. 만약 이런저런 이유로 수업에 빠졌다면 지금의 결과를 얻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공부가 잘되지 않을 때도 끝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훈련이 좋은 ‘약’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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