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속삭였다. 겁이 났지만, 수술대에 누워 바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니 눈에 쌍꺼풀이 생겼다. 고3인 정모 양(18). 그녀가 고1때부터 꿈꾸던 쌍꺼풀이었다. 마취가 풀린 뒤 병원을 나서자마자 정 양은 친구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날렸다. “수술이 잘 된 것 같아.” 친구들이 만나자고 성화다. 아직 눈이 부어있지만 벌써부터 자랑하고 싶어 약속을 잡았다.
“이젠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자신감이 생겼어요. 수험기간 내내 이날만을 기다렸어요.”
수능을 막 치른 고3 중 일부는 겨울방학을 맞아 성형수술을 계획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성형외과에는 고등학생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대부분 눈이나 코를 수술한다. 대학에 들어가면 자신의 변화를 알아채는 사람도 없을 터이니,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지금은 절호의 기회다.
남녀공학 고등학교 2학년인 김모 양(17)의 반에는 탤런트 송혜교를 닮아 인기가 많은 여학생이 있다.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 친구가 김 양은 부러웠다. 남학생들은 같은 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외모로 순위를 매긴 뒤 비교한다. 자존심이 상한다. 김 양은 인터넷에서 성형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는가 하면, 친구들과 어떤 병원이 좋은지 얘기를 나눴다. 방학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밀집지역으로 가 상담을 하고 오기도 했다.
“예쁜 모습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요. 대학에 가면 예전의 저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다이어트까지 해서 꼭 ‘퀸카’로 살고 싶어요.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하느라 고생하는데 성형수술로 예뻐지면 고생한 게 보상이 될 것 같아요.”
지하철을 타고 통학하는 고3 백모 양(18)은 지하철에서 예쁘장한 여대생들을 볼 때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신도 얼른 여대생이 돼 그들처럼 예뻐지고 싶었다. 대학에 가서 소개팅과 미팅도 하고 싶다. 부모님도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고치고 싶은 곳 있으면 고치라”고 지원해주신다. 백 양은 쌍꺼풀 수술과 코를 높이는 수술, 눈을 더 크게 만드는 수술을 고려 중이다.
“친구 중 한 명이 얼굴 전체의 균형을 잡는 성형수술을 조만간 한다고 자랑을 했어요. 그 친구가 부쩍 예뻐진다면 저도 곧바로 수술 받을 생각이에요. 별로 예쁘지도 않은 친구였는데 갑자기 저보다 나아지면 질투가 나지 않겠어요?”(백 양)
서로 ‘견적’을 내주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성형수술에 관한 정보를 낱낱이 습득했다. “넌 치아교정도 해야겠다”거나 “넌 가수 A처럼 이마에 보톡스를 넣으면 예쁘겠다”고 서로에게 말해주며 부추기기도 한다.
고2 하모 양(17)의 주위엔 수술한 또래 친구들이 워낙 많다. 하지만 하 양은 오래 전부터 성형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TV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들을 보면 외모보다는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성형 붐이 일어난 적이 있어요. 심지어 남학생들도 성형을 했어요. 제가 보기에는 성형수술 후 전혀 나아진 게 없었어요. 쌍꺼풀 수술한 남자애들은 진짜 ‘느끼하게’ 느껴졌어요. 요즘에는 여자 연예인 중 눈이 작아도 인기 있는 가수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도 성형수술은 안 할 생각이에요.”(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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