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비리 수사 軍법무실장이 방해

계룡대 근지단사건 재조사

해군 대령 등 4명 구속

지난달 해군 현역장교 김모 소령이 제기한 충남 계룡대의 군납비리 의혹들이 국방부 특별조사단의 전면 재조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국방부 특조단은 23일 계룡대 근지단 납품비리 의혹을 재조사한 결과 류모 해병대 대령(경리병과)과 김모 해군 대령을 포함해 4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15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특조단이 이날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에 따르면 류 대령은 계룡대 근무지원단에 근무하던 2004년 3월과 지난해 6월 특정업체들이 군 시설 건설공사 계약을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모두 41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군무원 이모 씨(서기관)는 2004∼2005년 해군과 해병대가 발주한 공사를 특정업체가 따내도록 해주고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씨는 2002년부터 해군 경리병과 서모 중령에게 진급에 힘을 써주겠다며 3800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해군 법무실장을 지낸 김 대령은 해군본부 고등검찰부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평소 친분이 있던 이 씨가 건설업자로부터 공사 수주 알선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무마해 주고 이 씨로부터 6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김 대령은 또 올해 2월 이번 비리 조사를 위해 해군에서 파견된 검찰단 관계자들로부터 보고받은 수사기밀을 피의자들에게 누설하는 등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특조단은 설명했다.

김모 해군 상사는 2003∼2005년 계룡대 근무지원단에 비품을 납품하는 업체들과 짜고 포장박스와 빔 프로젝터 등의 납품단가를 부풀려 구매한 뒤 차액 600여만 원을 가로채고, 업체들로부터 편의 제공 대가로 15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국방부 특조단은 아울러 김 소령이 제기한 군납비리 의혹을 여러 차례 수사하고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군 수사기관 관계자 20여 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특조단장인 김용기 인사복지실장은 “계룡대 근지단의 납품 과정을 점검한 결과 허위 견적서와 수의계약 등으로 국고가 낭비되고, 관련 수사도 미흡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추가 혐의자를 철저히 수사해 불법 이익이 확인되면 국고로 환수하고, 군납 관련 업무 종사자의 재산등록제를 확대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