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아찔 자전거도로’ 5.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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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7시 00분


계룡로사거리~대덕대교
전시행정-예산낭비 논란

대전시가 9억 원을 들여 조성한 계룡로사거리∼대덕대교 간 자전거 전용도로가 좁은 데다 경계가 모호해 안전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기진 기자
대전시가 9억 원을 들여 조성한 계룡로사거리∼대덕대교 간 자전거 전용도로가 좁은 데다 경계가 모호해 안전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기진 기자
대전시가 ‘전국 최고의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내세우면서 이달 말 완공하는 계룡로사거리∼대덕대교 왕복 5.8km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벌써부터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는가 하면 ‘전시행정’,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요일인 22일 오후 5시 대전 서구 둔산동 파랑새사거리. 도로의 바깥 차선을 줄여 조성한 자전거도로의 폭은 불과 1.5m다. 자전거를 타려면 쌩쌩 달리는 버스 바로 옆에서 아슬아슬하게 주행해야 한다. 어린이는 달리는 버스에 놀라거나 바람에 휩쓸려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정류장 부근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내리는 승객들과 뒤엉켰다. 도로를 구분하는 분리대 높이는 고작 10cm. 군데군데 설치해 놓은 데다 색깔도 검은색이어서 경계가 모호하다. 그러다보니 우회전하려는 승용차가 분리대를 침범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는 벌써 손상되었다. 대전시가 이 구간 자전거도로 건설을 위해 쓴 돈은 9억 원. 종전에 인도 위에 설치한 자전거도로는 무용지물이 됐다.

23일 오전 8시 반에도 이런 광경이 이어졌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자 아예 인도에 설치해놓은 옛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민 이모 씨(43)는 “완전히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벌써부터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완공돼도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이 구간을 시범 주행해 본 대전시자전거동호회는 차로와 자전거도로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안전시설을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시의회 권형례 의원은 19일 교통건설국에 대한 행정감사에서 “현재 대전시 자전거도로는 전시 행정의 표본”이라며 “너무 성급하게 건설했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인천을 비롯한 다른 도시는 대전시보다 펜스 등을 많이 설치했는데도 교통사고가 늘고 있어 사업 추진을 주저하고 있다”면서 “추가 건설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버스와 택시 승강장 부근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는 등 안전시설을 보강하고 차량 제한 속도를 하향조정할 계획이다. 김권식 대전시 교통국장은 “차로 축소를 통한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은 자전거의 수송 분담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교통량이나 통행 여건을 고려해 전용차로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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