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식 60가지 재료-조리법 등 동영상 보존작업
한정식집 ‘용수산’ 회장
제사음식- 상차림 선보여
메뉴개발 다큐식 설명도
청포묵, 표고버섯과 각종 채소를 삶아서 무쳐낸 개성나물, 배추김치 대신 김치 속과 백김치를 따로 내는 제육보쌈…. 독특한 맛과 조리법을 가진 개성 전통음식을 한정식으로 되살려온 ‘용수산’이 이를 보존하기 위한 아카이브 작업(가치 있는 행위를 자료 수집과 인터뷰 등으로 보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용수산 창업주 최상옥 회장은 개성 전통음식과 문화를 동영상과 녹취록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최근 마무리했다. 2007년 팔순을 맞아 시작한 작업이다. 60분짜리 DVD 6장 분량의 동영상은 최 회장이 며느리(박기숙 씨)와 두 딸(김윤영 선영 씨)에게 전통음식을 전수한다는 내용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담았다. 개성 전통음식 60가지의 재료부터 조리법, 유래까지 재현했다. 별도 인터뷰로 용수산의 메뉴개발 및 개업 과정도 기록했다.
이 중 제사음식과 상차림은 최 회장이 자서전이나 요리책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두부 감자 고기 반죽에 해삼과 홍합을 박아 쪄낸 홍해삼, 밀가루 반죽에 삶은 돼지고기를 지져낸 돼지고기전(煎) 등 개성 고유의 제사음식에 얽힌 일화와 조리법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용수산의 특징 중 하나는 한정식 코스. 창업 당시인 1980년에 한정식은 한 상에 모두 차려내는 것이 상식이었다. 최 회장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부엌을 몇 번이나 드나들며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찬 음식은 차게 대접했던 기억을 되살려 코스 형식을 도입했다”고 회고했다.
“남쪽으로 피란을 왔을 때 만두를 만들었더니 사람들이 ‘웬 고기떡이냐’고 묻더라고. 그때 남쪽에선 만두가 흔치 않았던 거지. 또 개성에서는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는데 서울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개성에서 나고 자라 서울로 시집을 온 최 회장의 기억 속에는 당시 서울과 개성의 입맛과 음식문화 차이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최 회장은 “이번에 만든 기록을 바탕으로 젊은 사람들이 독특하고 새로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개성여고 동창생들도 이 기록 작업에 참여해 개성음식에 관한 다양한 기억을 새겼다.
이번 기록 작업과 별도로 개업 당시 인테리어와 외부 벽면이 그대로 남아 있는 용수산 1호점 삼청점을 ‘공간 아카이브’ 개념으로 보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최 회장의 아들 김노수 용수산 대표(52)는 “개성음식은 고려 왕조의 전통을 이어왔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때문에 고급화 세계화의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위해 어르신들의 기억을 남겨둬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아카이브 작업에 자문역을 한 김익한 명지대 기록학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 공공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는 작업은 비교적 체계화돼 정착했으나 문화자원 아카이브에는 소홀했다”며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몸에 지니고 있는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 같은 아카이브 작업을 서둘러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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