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국장측 ‘사퇴종용 녹취록’ 공개…국세청-靑-安씨 ‘외압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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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국세청 “고위간부가 근거없이 청와대 거론”
청와대 “국세청 내부문제… 개입 사실무근”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고위공무원 안원구 씨(49) 측이 24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안 씨의 변호인 측은 이날 “청와대와 국세청 고위층이 안 씨의 사퇴를 압박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 파일이 있다”며 이를 공개했다.

7월 21일 안 씨가 당시 국세청 감사관 임모 씨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이 녹취록에 따르면 임 씨는 안 씨에게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낙마하게 된 그림로비 의혹을 제기했던 점을 들면서 명예퇴직을 종용했다. 안 씨에게 S업체 대표 자리를 제의한 임 씨는 “(안 씨의 거취 문제는) 청와대를 포함해서 정부 전체에서 어느 정도 판단이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나 이쪽에서도 그렇고, 저희가 듣기로는 최고위층에서 그것에 대해서 인지를 하시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 씨는 “정부 전체라는 게 어디를 말하는 거냐. 청와대에 알아봤는데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청와대 최고위층이라는 말을 했는데 책임져야 한다. 감사관님이 하고 있는 작태들이 국세청을 죽이는 길이다”며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임 씨는 “최고위층이라기보다는 청와대 이쪽에서…”라며 한발 물러섰고, 안 씨는 다시 “또 말을 바꾸십니까? 말을 바꾼 걸로 기억하겠다. 청장님께 직접 말할 기회를 달라”며 국세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임 씨는 통화 당시 “안 나가시면 여러 가지 지금까지 해오던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이에 안 씨는 “할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고 하시면 된다. 인사 조치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안 씨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며, 안 씨 문제는 국세청 내부의 문제로 청와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국세청도 이날 “당시 임 씨가 별 근거 없이 청와대를 거론한 것이며 최고위층은 당시 허병익 국세청장 직무대행을 두고 한 얘기”라고 해명했다.

안 씨 측은 최근 이 녹취록을 민주당에 전달했으며, 민주당은 이를 정치 쟁점으로 삼을 태세다. 또 안 씨는 21일 구속되기 전에 민주당의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을 직접 만나 자신이 알고 있는 의혹들을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 측의 잇따른 폭로가 주목을 끄는 것은 정권 실세 등 권력층 인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안 씨의 부인 홍혜경 씨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초 그림로비 사건이 터졌을 때 모 정권 실세가 남편에게 전화로 상황을 알아봤다”며 “현 정부의 실세 중에는 남편과도 인연이 겹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여름휴가 때 한상률 당시 청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베트남 계좌를 알아보라고 남편에게 시켰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24일 홍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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