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올해 처음 청계천 일원에서 연 ‘세계 등(燈)축제’를 매년 개최할 움직임을 보이자 경남 진주시와 지역 예술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2002년 시작해 최근 4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최우수축제로 지정된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많이 모방했을 뿐 아니라 개최 시기가 비슷해 관람객을 빼앗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진주시는 25일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11일 청계천에서 ‘2010∼2012 한국 방문의 해-서울과 함께’ 개막행사로 세계 등축제를 개최했고, 인기를 끌자 22일까지 행사를 1주일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 담당 공무원이 ‘정례화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내년에는 일단 축제를 열기로 했다’는 계획을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진주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등 구성과 콘셉트 등이 남강유등축제를 너무 많이 베꼈다”며 “지방에서 애써 가꾼 노하우를 인구가 많은 서울이 그대로 가져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남강유등축제에서 진주성 북문인 공북문을 재현한 것을 모방해 세계 등축제에서는 숭례문을 재현했고 소망등 달기와 띄우기, 소망등 터널 내용도 흡사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세계 등축제를 앞두고 진주시에 참가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진주시는 전화로 거부 의사를 통보했다. 올해 10월 1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남강유등축제는 신종 인플루엔자 여파로 취소됐다.
진주시 한순기 문화관광과장은 “남강유등축제는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에서 성 밖 가족들에게 안부를 묻거나 신호용으로 남강에 띄운 유등을 2002년 특화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고유 축제”라며 “이를 다른 지역에서 개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도 “남강유등축제는 일본 등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며 “서울에서 등축제를 매년 개최한다면 진주 축제를 빼앗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진주문화예술재단은 ‘유등(流燈)’에 대해서는 상표등록을 해 두었다.
서울시 관광진흥담당관실 관계자는 “내년에는 등축제를 개최하지만 시기와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정례화 여부도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비슷한 내용은 있지만 세계 등축제는 예산 절감을 위해 대부분 국내외 초청 등을 사용했다”며 “자체 제작한 것은 몇 개뿐이어서 모방이라는 진주시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개최 시기를 달리하고 차별화하면서 상생하는 방안을 찾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계광장∼삼일교 구간의 청계천에서 열린 세계 등축제에는 12일 동안 51만8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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