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엘리트로 선발돼 유학… 태국 8명 등 모두 아시아인
“규율 엄격하지만 경쟁 배워… 귀국하면 한국메신저 될것”
“충∼성, 사란 생도, 발몬테 생도, 닙핏 생도.”
25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육군사관학교 아너홀(Honor Hall)에서 동아일보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던 제복 차림의 생도들이 절도 있게 인사를 했다. 이들이 모자를 벗은 뒤에야 비로소 외국인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육사에서 교육을 받는 외국인 생도들이었다. 얼핏 보면 한국인 생도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이들은 한국 육사에 적응해 있었다.
육사를 비롯해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등 3군 사관학교에는 외국인 수탁(受託)생도가 모두 13명이 있다. 육사에는 6명(터키 1, 태국 4, 필리핀 1), 해사에는 2명(카자흐스탄1, 베트남 1), 공사에는 5명(일본 1, 태국 4)이 유학 중이다. 이들은 앞으로 모국으로 돌아가 장교로 임관한 뒤 한국과의 군사협력을 위한 ‘메신저’가 될 엘리트 장교 후보생들이다.
“육사에 입학할 정도면 공부는 기본으로 잘하고 체력도 좋지 않겠습니까. 한국 생도들은 공부뿐 아니라 리더십과 명예를 중시하고 책임감이 강합니다.”
태국에서 온 닙핏 유반용 생도(22·2학년)는 ‘한국 생도들을 평가해 달라’는 주문에 한국어로 또박또박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웃으며 “한국 육사는 규율이 굉장히 엄격해요. 태국에서는 잘못을 해도 여러 번 기회를 주는데 한국 육사에서는 바로 쫓겨나요”라고 덧붙였다.
4학년 사란 놉놈 생도(23·태국)는 “많은 한국 생도들은 시험공부는 시험 하루 전날 해야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외박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학년 발몬테 프레데릭스 생도(22·필리핀)는 “육사 생활이 힘들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막상 와서 생활해 보니 생도들에게 자유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생도들 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선후배라는 관계에 너무 얽매여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국인 생도들의 눈에 비친 한국군은 다른 선진국 군대에 비해 손색이 없는 듯했다. 이들이 다른 나라 대신 한국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아시아권 생도들은 미국과 훈련·교육시스템이 유사하고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미국 사관학교 대신 한국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란 생도는 “한국군 장교의 경쟁력은 미국과 일본 또는 유럽 나라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해사 2학년에 재학 중인 카파쇼프 아스카르 켄디르베쿨리 생도(20·카자흐스탄)는 서면 인터뷰에서 “세종대왕함 같은 이지스함을 보면 세계 어느 나라 해군에도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 생도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장벽이다. 해사 1학년 부딘툭 생도(20·베트남)는 “언어 때문에 수업시간이 고역인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공사 3학년 가기야마 레이코 생도(21·여·일본)는 “한국말을 잘 몰라 동기생들이 힘들어 할 때 위로해 주지 못해 안타까운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놉핏 생도는 “사투리 쓰는 교수님의 강의는 알아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국의 사관학교에 입학한 뒤 필기와 면접 등 시험을 거쳐 외국 사관학교 유학 기회를 얻는다. 한국 정부는 이들에게 한국 생도에게 지급되는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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