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재활기구 800개… 장애인에 ‘희망의 산실’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27일 03시 00분


■ 화성 경기도재활공학센터

장애 상태 상담거쳐 적합한 보조기구 무료 대여 서비스
소아마비 오길승 교수가 개설… 5년간 1만2000명 ‘새삶’

2004년 문을 연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다양한 보조기구 서비스를 통해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 휠체어 등 각종 보조기구로 가득 찬 센터 내 모습. 사진 제공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2004년 문을 연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다양한 보조기구 서비스를 통해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 휠체어 등 각종 보조기구로 가득 찬 센터 내 모습. 사진 제공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이나은 양(6·여)은 뇌병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하반신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웠고 걷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없다 보니 자라면서 척추가 휠 가능성까지 우려됐다. 지난해 7월 이 양은 엄마 손을 잡고 경기 화성시 병점동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경기도재활공학센터)를 찾았다.

센터 연구원들은 이 양의 장애 상태를 꼼꼼하게 진단한 뒤 가장 적합한 보조기구를 찾기 시작했다. 우선 앉았을 때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보조의자부터 사용하기로 했다. 효과가 좋아 얼마 뒤에는 ‘스탠더’를 이용해 서 있는 자세를 바로잡는 훈련에 들어갔다. 마침내 올 4월 이 양은 스스로 일어서기 시작했고 걷기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센터 측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 양이 스스로 걸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장애인에게 ‘제2의 인생’ 선물

이 양의 ‘기적’이 실현된 곳은 경기도재활공학센터다. 2004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보조기구 서비스 및 연구기관이다. 이곳에는 돋보기, 보청기처럼 흔히 알려진 보조기구부터 기립형 휠체어, 안구 마우스 등 800여 개의 제품이 있다. 보조기구를 판매하고 수리해 주는 곳은 있었지만 장애 상태를 진단해 맞춤형 보조기구를 골라주고 빌려주는 시설은 경기도재활공학센터가 처음이다.

장애인들이 이곳을 찾으면 먼저 재활공학 전문가들의 상담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장애 상태를 확인한 뒤 가장 적합한 보조기구를 선정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성장 속도를 감안해 단계별로 보조기구를 고른다. 보조기구가 결정되면 1개월간 시험 적용 기간을 거친 뒤 1년간 대여해준다. 비용은 전액 무료다. 단 대여 서비스는 경기도 거주 장애인만 가능하다.

2004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약 1만2000명의 장애인이 이곳을 찾았다. 이용자들은 보조기구의 도움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약하거나 화가, 운동선수 심지어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등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클론의 강원래 씨는 2005년 ‘더 미라클’이라는 제목의 콘서트 무대에서 기립형 휠체어를 선보인 바 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오길승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53) 역시 장애인이다. 8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하반신이 불편하다. 괴로움 때문에 한때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였지만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재활공학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오 교수는 ‘행복한 동행’이라는 사단법인을 만든 뒤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센터를 설립했다.

○ 보조기구 서비스 확대해야

경기도는 2007년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경기도재활공학센터는 도 산하기관이 됐고 대부분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재활공학 관련 시설을 만든 것 역시 처음이다. 이곳처럼 지난해 서울지역에 보조기구를 서비스하는 시설이 2개 생겼다. 하지만 전국적으로는 여전히 크게 부족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경기도재활공학센터 등 비슷한 서비스를 맡고 있는 전국 30여 개 기관은 26일 ‘한국보조공학서비스기관협의회’를 구성하고 입법지원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김주영 선임연구원은 “보조기구는 대부분 가격이 비싸지만 이에 대한 지원제도나 서비스 체계는 여전히 부실하다”며 “보조기구 사용 지원과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전영한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