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미술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인천시는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리는 2014년 이전에 미술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흉물로 방치된 연수구 송도석산에 가칭 ‘일랑미술관’을 지으려 하자 인천지역 문화예술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10년 넘게 논란만 거듭해온 인천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이 시동을 걸었다. 인천시는 25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이를 위한 첫 공청회를 열어 여론 수렴을 시작한 데 이어 후보지 선정 작업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공공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2014년 인천에서 열릴 아시아경기대회 개최 이전에 시립미술관을 개장한다는 구상이다.
광주는 1992년 지방에서 처음으로 공립미술관 문을 연 뒤 1998년부터 국제미술전시회인 ‘광주비엔날레’를 열고 있다. 또 올 12월 중국 베이징 내 ‘다산쯔 공단예술촌’에 창작 스튜디어를 개관한 뒤 세계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인천시도 광주를 모델 삼아 총건축면적 9900m² 규모의 시립미술관을 짓기로 했다. 이와 함께 총건축면적 3300∼4500m²인 중간 규모의 미술관 2개를 신도시와 구도심에 분리 개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적정 규모와 후보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내년 상반기에 시작하고, 내년 하반기 시민공청회를 거쳐 미술관 설립 기본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립미술관 후보지로는 △동양제철화학 공장 이전으로 복합문화단지가 들어설 남구 용현·학익 1블록 9만7000m² △부평 미군부대 용지인 부평구 산곡동 60만6615m² △중구 관동1가 중구청사(이전 예정) 9588m² 등 3곳이 거론되고 있다. 시는 각계 전문가 16명을 참여시킨 ‘시립미술관 건립추진위원회 및 고문단’을 구성해 최근 1차 회의를 가졌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이 회의에서 “도시 균형발전을 위해 2곳에 시립미술관을 짓는 것도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시는 또 연수구 송도유원지 2단계 조성지 내 석산 주변에 시비 500억 원을 들여 시립미술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5000원권 화폐의 율곡 이이 영정과 5만 원권 화폐의 신사임당 영정을 그린 이종상 미술작가(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작품 1300여 점과 미술사 자료, 벽화 원화, 수석 등 1만5000점을 이 미술관에 기증한다는 양해각서를 인천시와 맺은 상태다. 이에 따라 이 시립미술관의 명칭을 이 작가의 호를 따 ‘일랑미술관’으로 짓기로 했다.
이 같은 시 구상을 인천지역 예술계는 거세게 비난했다. 시는 미술관 건립 계획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인천미술협회 인천민예총 등 1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인천 시립 일랑 개인미술관 건립을 반대하는 인천문화예술단체연대’는 “아무런 공론화 과정 없이 시민 혈세로 개인미술관을 지어주려는 것은 문화를 ‘도구화’하려는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인천시 김동빈 문화예술과장은 “전문가 조사와 시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구체적인 건립 계획을 마련한 뒤 2012년경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1차 공청회에서는 임영방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최효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장 등이 기조발제를 통해 “미술관은 도시문명 해독제의 공급처, 창의력과 상상력의 발전소, 심신을 달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며 “인천시가 시립미술관에 전시할 가치 있는 작품을 충분히 소장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세계 유수 박물관 및 미술관의 소장품을 대여해 전시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인천시는 그동안 지역작가 위주로 400여 점의 미술작품을 사들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