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수정 발언을 한 데 대해 충청권은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세종시 수정을 환영하면서도 수도권의 기업들이 세종시로 빠져나가지 않을까 우려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통령의 진심을 읽었다’, ‘새로울 것이 없는 쟁점이었다’는 등 다양했다. ○ 반발하는 충청권
이날 충남 연기군청 광장에서 주민 1000여 명과 함께 대형 스크린으로 TV를 공동 시청한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 황치환 사무처장은 “앞으로 혁신 및 기업도시 지역과 연대해 전국 순회 집회를 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대 행정학과 이창기 교수는 “전임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바람에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지사 공관에서 실·국장들과 함께 TV를 시청한 이완구 충남지사는 “대통령 말씀도 옳을 수 있지만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며 “충청권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신뢰가 훼손된 상황에서 어떠한 방침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1일 충청권을 대변하는 각계 인사 500여 명과 간담회를 갖고 대통령 발표에 대한 최종 방침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솔직한 심정과 많이 고뇌한 일면을 볼 수 있었지만 원안에다 보완책이 나와야 신뢰와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수정 방침은 대통령의 생각을 말씀하신 것인데, 토를 달거나 반박하는 것은 한나라당 소속 지사로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 비충청권 “환영은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통령의 방침은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국토균형발전도 고려한 결단”이라며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이제부터 지역 이해 차원에서 다투지 말고 최선의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은 말뚝 중 가장 잘못된 말뚝’이라고 주장해 온 김문수 경기지사는 대통령 발언에 대해 “국가의 앞날을 위해 잘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수도권 기업들의 이전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홍종일 인천시 정무부시장도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개발해도 다른 지역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도팔 전남도 혁신도시건설지원단장은 “세종시가 원안대로 가지 않을 경우 나주혁신도시나 무안기업도시에 올 기업들이 방향을 틀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시 정현민 미래전략본부장은 “균형발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차질 없는 혁신도시 추진 등에 대한 부차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이종민 씨(33·경기 부천시)는 “애초에 정치권에서 신중히 생각해서 추진했으면 요즘같이 시끄러운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다기보다는 정치인들끼리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하려는 공방을 보는 것도 이젠 식상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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