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나, PD인데…” 훔친 카메라로 촬영 핑계 성추행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지난달 14일 경기 부천시의 한 모텔. 재연배우 A 씨(32·여)는 방송국 PD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모 씨(28)와 함께 모텔에 들어갔다. 김 씨가 베드신을 찍기 전에 리허설이 필요하다고 말했기 때문. A 씨는 김 씨가 방송사 로고가 박힌 카메라를 사용해 가짜일 것이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김 씨는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촬영을 한다면서 A 씨의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했고, 약속한 출연료 60만 원도 주지 않았다. 이튿날 김 씨는 운전 장면을 촬영한다는 핑계로 모델 B 씨(25·여)를 꾀어 렌터카에 태운 뒤 2박 3일 동안 차 안에 감금하기도 했다.

서울동작경찰서는 30일 방송사에서 훔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촬영을 빙자해 여배우를 성추행하고 모델을 감금한 혐의(강제추행 등)로 김 씨를 구속하고 공범 김모 씨(38)를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최근까지 해당 방송사에서 계약직 오디오맨으로 근무하면서 14일 새벽 외워뒀던 비밀번호로 사무실에 침입해 카메라와 전지, 마이크 등을 훔친 뒤 PD행세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이전에도 다른 방송사에서 계약직 오디오맨으로 근무하면서 기자나 PD를 사칭해 연예지망생을 차에서 성추행하는 등 상습적으로 범행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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