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7초에 1건… ‘범죄시계’ 빨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2000년보다 1.5초 앞당겨져
절도 2분31초마다 발생
강남 3구에서만 32만여건
서울 총범죄의 20% 육박

우리 사회에서 각종 범죄가 16.9초마다 한 번씩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부터 2009년 6월까지 4년 6개월간의 각종 범죄 건수를 시간으로 나눠 범죄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범죄시계’를 조사한 결과다.

30일 경찰청이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 6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발생한 범죄는 △2005년 173만3122건 △2006년 171만9075건 △2007년 183만6496건 △2008년 206만4646건 △2009년 6월까지 101만4499건 등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범죄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2000년에는 △절도 3분 5초 △강간 1시간 16분 △살인 9시간 4분 등 총 18.4초 간격으로 범죄가 발생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2009년 6월까지 4년 6개월간 △절도 2분 31초 △강간 1시간 △살인 7시간 54분 등 16.9초마다 한 번씩 범죄가 일어났다. 요일별로는 금요일과 화요일에 범죄가 많이 발생했고, 하루 동안에는 0시부터 오전 4시까지(39.0%),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22.7%)가 많았다. 범죄 발생 장소는 길거리(49.9%), 주거지(9%), 사무실(7.2%), 유흥업소(5.7%), 상점(3.3%)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강남, 송파, 서초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서 발생한 범죄가 서울 총범죄 165만4114건 중 32만8100건(19.8%)에 달했다. 강남구는 강간, 강도, 지능, 폭력, 풍속범 등 살인과 방화를 제외한 거의 모든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폭력은 △강남 1시간 41분 △송파 2시간 29분 △영등포 2시간 33분 △강서 2시간 34분 등의 순이었다.

사기, 횡령, 배임 등 지능범죄도 강남에서는 63분마다 1건씩 발생했다. 강간도 강남구에서는 이틀에 한 번(45시간)꼴로 발생했다. 두 번째로 강간범죄가 많이 발생한 송파구(82시간)에 비해 2배나 자주 발생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부유층이 많이 사는 강남 지역일수록 절도, 강도 등 범행 대상이 되기 쉽다”며 “유흥업소가 많고 젊은이들이 몰려 음주상태에서 강간 등 성범죄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살인의 범죄시계는 구로구(21.6일)와 영등포구(26.9일)에서 가장 빨랐다. 동대문구에서는 4년 반 동안 112건의 방화사건이 발생해 14.7일마다 한 번씩 방화가 벌어졌다. 같은 기간 강서구에서는 43건만 발생했다.

절도는 강남구에 이어 광진구와 관악구에서 많이 발생했다. 이 기간 강남구에서는 3시간 42분, 광진구에서는 4시간 43분, 관악구에서는 5시간 20분마다 절도가 이뤄졌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절도에 취약한 구조인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 등이 다른 관할 구역보다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강력 범죄보다는 생계형 범죄가 주를 이루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김원배 범죄수사연구관은 “인구 교통 지리 주거 등 지역별 환경에 따라 유형별 범죄 발생에도 차이를 보여 이를 분석하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최근에는 20대보다 30, 40대의 범죄가 많고, 주차장 등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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