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3년 제작’ 명문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신청사 터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대포인 불랑기자포(佛狼機子砲). 아래쪽 불랑기자포에 제작연대와 제작자를 확인할 수 있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사진 제공 한강문화재연구원
서울시의 신청사 터에서 조선시대 대포 등 무기류가 대량 출토됐다.
한강문화재연구원은 “6월 11일 이후 서울 중구 태평로 신청사 터를 발굴 조사한 결과 건물터 1, 2, 12호에서 대포인 불랑기자포(佛狼機子砲) 2점을 비롯해 승자총통, 대형 화살촉 등 무기류 70여 점을 발굴했다”고 30일 밝혔다.
가장 주목받는 유물은 불랑기자포. 길이 43.5cm, 구경 9.6cm로 ‘가정계해지통중칠십오근팔냥장김석년(嘉靖癸亥地筒重七十五斤八兩匠金石年)’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명문은 ‘1563년 무게 43.5kg의 무기를 김석년이라는 장인이 제작했다’는 뜻이다. 불랑기자포는 불씨를 손으로 점화해 발사하는 화기로 15세기에 서구에서 제작돼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
한강문화재연구원은 “이번에 발굴한 유물은 불랑기자포 가운데 출토지가 확실한 최초의 유물”이라며 “서울시청 터가 조선시대 무기 제작 관청인 군기시(軍器寺) 터였음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밝혔다. 불랑기자포는 현재 3점의 유물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번 발굴에서는 조선시대 호안석축(護岸石築·물가에 돌로 쌓은 벽) 1기와 건물터 21동, 담장 9기, 우물 2기를 비롯해 각종 유구(遺構·건축이나 토목의 흔적) 44기도 함께 확인됐다.
지건길 문화재위원회 매장분과위원장은 “신청사 용지, 청진지구 등 서울 도심에서 조선시대 유물이 쏟아짐에 따라 체계적 발굴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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