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정 4자 절충안 마련
복수노조 허용 반대 등
한노총 입장변화후 합의
국회 법안 처리 진통 예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복수노조 찬성’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반대’ 입장을 갑자기 바꾼 데 이어 한나라당과 노동부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이런 내용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절충안에 잠정 합의함에 따라 노동 현안 타결의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그러나 한국노총과 연대해 연말 총파업을 준비하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반발하고 있어 대타협의 성사 여부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 내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 사이에 사활을 건 강성투쟁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복수노조 반대 이유를 밝혔다. ‘복수노조는 찬성하되 교섭창구 결정은 노사 자율에 맡긴다’는 기존 방침을 완전히 뒤바꾼 것. 이런 태도 변화는 민주노총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한국노총이 조직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 위원장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서도 “산별연맹과 함께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구체적인 대안과 프로그램을 만들 준비기간을 (정부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1일까지 정부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이달 중순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국노총의 입장 변화는 교착상태에 빠졌던 노사정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했다. 한국노총 발표 뒤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장 위원장, 김영배 경총 부회장, 임태희 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한 4자회담이 열렸다. 이날 회담에서 복수노조 허용은 2013년부터 시행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1만 명 이상 사업장에 한해 내년부터 당장 시행하는 데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다. 1만 명 이하 사업장에 대한 단계별 시행 시기는 한국노총과 경총이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원안대로 시행했을 경우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한나라당은 새로운 합의안을 반영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야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일단은 민주노동당은 반대할 것으로 보이고 민주당도 4자회담의 절충안을 선뜻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어서 국회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당론으로 결사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단 재계는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재황 경총 이사는 “전임자 문제는 노조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재천명한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반드시 관철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최종 합의 내용을 기다려봐야 하지만 일단 원칙은 흔들리지 않고 지켜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전임자 임금은 노조가 부담하는 것이 국제기준”이라며 “다만 영세노조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일정 기간 유예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민노총 “한노총, 노동자 실망시켜… 공조 파기 검토”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이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 현안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과 관련해 30일 “전체 노동자에게 큰 실망감을 주는 행위”라며 “한국노총과 공조 파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영등포 노조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복수노조 등의 문제에서 그동안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동행해 왔는데 노동운동의 원칙에 약간의 차이가 생기면서 공조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노총은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협소한 이해관계를 구하지 않고 당당히 우리의 길을 갈 것이며, 한국노총이 투쟁의 대열에서 떨어져 나가는 상황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달 중순 계획된 한국노총과 연대 총파업 등 향후 투쟁 일정에 대해서는 “양대 노총의 조율된 계획에 따를 것”이라고 밝혀 대정부 투쟁은 공조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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