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 수정과 관계없이 혁신도시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혁신도시로 선정된 지방자치단체들은 걱정이 태산 같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세종시로 입주할 기업과 연구기관에 파격적인 토지 분양가나 각종 세제 혜택을 줄 경우 자칫 혁신도시 건설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부에서 이전 승인을 받은 공공기관의 60%가량이 아직까지 이전에 나서지 않은 것도 혁신도시 관계자들을 애태우는 이유다. 국토해양부가 마련한 혁신도시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용지 매입을 완료하고 청사설계에 들어가야 한다. 또 2012년까지는 공공기관 이전을 마무리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런 불안심리에 초점을 맞춰 ‘세종시 수정이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에 영향을 준다’며 전국 혁신도시를 돌며 장외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 갈라
2012년 말 완공 예정인 전남 나주시 금천면, 산포면 일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공사 등 17개 공공기관이 옮긴다. 하지만 농수산물유통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은 예산이 있음에도 청사 터를 사들이지 않았다. 한전은 최근 혁신도시 관계자에게 사옥용지 축소, 조성원가 인하, 용지 대금 할부이자 감면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시 혁신도시지원단은 “한전의 소극적인 태도는 세종시 수정 계획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용지 매입이 늦어지자 혁신도시 건설 시행사로 참여한 광주도시공사와 전남개발공사는 3년간 이자만 각각 188억 원과 200억 원을 지급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도는 ‘세종시가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세종시 인근에 있는 충북은 혁신도시, 기업도시 추진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등 11개 공공기관이 들어서는 울산 우정지구 혁신도시 역시 용지를 사들인 공공기관이 한 곳도 없다. 울산시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면 공공기관이 끝까지 버틸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 “기업과 연구소의 세종시 이전을 막아라”
지난달 말 부산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부산 공장을 증설하려던 삼성전기가 세종시 권역인 충남 연기군 동면으로 공장을 옮겨간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시민단체, 상공인은 “세종시는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역차별을 초래하는 ‘기업 블랙홀’”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삼성전기는 유치 대상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해프닝은 마무리됐다.
울산시는 공공기관과 함께 이전할 연구소를 유치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울산시는 “석유공사가 혁신도시로 오면 관련 연구소도 함께 와야 시너지 효과가 있다”며 “만약 공공기관 관련 연구소가 세종시로 가 버리면 껍데기 이전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 정부 “공공기관 이전 예정대로”
혁신도시들의 걱정과는 달리 국토부는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에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달 한국해양연구원 등 11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계획을 추가 승인하면서 157개 이전 대상 기관 가운데 117개 기관(75%)의 승인을 끝냈다. 157개 가운데 124개가 혁신도시로 이전한다.
하지만 승인을 받은 70여 개 기관은 아직 이전과 관련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이전 작업을 늦추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한전 등에 공문을 보내 올해 안에 청사 설계 및 용지 매입에 나서도록 요구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지방 이전을 거스르기에는 너무 멀리 왔기 때문에 백지화는 힘들지만 여전히 많은 공기업이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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