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남 순천시 연향초등학교 체육관. 일본 출신 주부 6명이 일본판 엄지공주 동화를 시작했다. 한국말로 ‘작은 애기가 태어나 선행을 베푼다’는 동화 줄거리를 설명한 뒤 일본말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어 필리핀, 중국, 태국 출신 주부들이 대나무, 설날 행사, 물의 축제 등 각국의 화려한 전통춤을 펼쳤다.
베트남 출신 주부들은 원숭이 엉덩이가 빨개진 이유를 설명하는 베트남 동화를 들려줬다. 러시아 출신 주부는 한국말과 러시아말을 번갈아 쓰며 양국의 속담을 소개했다. 강단 밑에서는 연향초교 6학년 학생 200여 명과 학부모 80여 명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1시간 정도 각국의 동화를 듣고 공연을 지켜봤다.
순천에 사는 6개국 다문화가정 주부 32명은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 동안 초등학교 5곳을 돌며 초등생과 학부모 1800여 명 앞에서 순회공연을 했다.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일반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모국의 문화를 알리는 이색 행사였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6개국 부스에서 각국의 문화가 소개됐고 언어체험 기회도 마련됐다.
이들 주부는 “일반학생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왕따나 멸시 대신 자긍심을 키워주기 위해 순회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8월 한여름 무더위에 공연준비를 시작해 3개월 동안 강도 높은 연습을 했다. 공연소품인 의상이나 대나무 등은 모국에서 공수해 왔다. 유명 예술단 공연의 CD를 보며 동화나 춤을 배웠다.
필리핀 출신 주부 마리셀 페리야 씨(38)는 “순회공연을 준비하는 데 힘들었지만 무사히 끝마쳐 기쁘다”며 “우리 사회가 다문화를 이해하는 데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순회공연에 참여한 다문화가정 주부들은 순천외국인한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이 학교는 다문화가정이 겪는 각종 위기의 대물림 고리를 끊기 위해 순천지역 교사 13명이 9년 전부터 자원봉사로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주부 400여 명은 이 학교에서 국어 영어 음악 미술 등을 배운 뒤 다시 자녀들을 가르치고 있다. 문왕철 순천외국인한글학교 회장(55·순천 매산고 교사)은 “다문화가정 주부들의 순회공연이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내년에도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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