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맞벌이 자녀 20일 맡기면 月 100만원 훌쩍…
엄마기자 직접 아이맡겨보니
첫 만남때 쭈뼛거리던 아이, 30분 지나자 경계심 풀어
토요일 낮 12시 45분. 전화 올 시간이다. 집 찾기가 어려워 처음 오는 사람들은 “지하철역 근처인데 어디로 가면 되느냐”며 꼭 전화를 건다. 예상과 달리 아이돌보미 교사는 약속시간 10분 전에 초인종을 눌렀다.
15개월 된 딸아이는 낯을 심하게 가리지는 않지만 처음 본 손님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거실에 들어선 돌보미 교사는 유아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를 집더니 구연동화를 하듯이 읽어줬다. “네가 쿵쾅쿵쾅 뛰거나, 살금살금 걸어도 너를 사랑해….” 굳어 있던 아이는 평소 좋아하던 책을 읽어주자 갑자기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30분이 지나자 아이의 경계심은 상당히 해소되는 것 같았다. 출근하느라 지쳤다는 핑계로 거실에 드러누워 동요테이프만 틀어주는 엄마보다는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돌보미 교사가 더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슬슬 나갈 준비를 하면서도 ‘현관문 나설 때 애가 울고불고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양말을 신기 시작하자 블록을 쌓으며 놀던 아이가 귀신같이 고개를 들었다. 돌보미 교사는 아이에게 “엄마가 나갔다 오는 동안 우리는 세모 네모 블록을 쌓아요”라며 아이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애썼다.
두 시간 뒤, 집에 돌아오니 아이와 돌보미 교사는 좀 더 친해진 것 같았다. 같이 있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들면 문이 열리자마자 울먹이면서 뛰쳐나왔을 텐데, 돌보미 교사 앞에서 산토끼 춤까지 추고 있는 아이를 보니 배신감도 살짝 들었다.
갈 채비를 하던 돌보미 교사는 “아이가 물건이나 장난감을 만질 때마다 어른을 쳐다보고 눈치를 많이 보던데 혹시 ‘안 된다’ ‘하지 마’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아이가 뭔가를 입에 넣거나 만지려고 하면 무서운 표정으로 “안돼”라고 외치던 내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 돌보미 교사는 “저도 제 아이 키울 때는 그랬어요. 교육받을 때 아동발달 교수들 말이 ‘안돼’라는 말 대신 해도 되는 행동을 많이 격려해주라고 하더라고요.”
이것저것 ‘선배 엄마’의 조언을 듣고 나니, 이분이 매일 우리 집에 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실제로 지원센터와 상의하면 같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을 계산해보고 포기했다. 저소득층인 가·나형은 시간당 각각 1000원, 4000원을 내는 반면 중산층 맞벌이인 다형의 경우 5000원을 낸다. 다형은 가·나형에 없는 교통비 3000원을 매일 지급해야 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맡길 경우 5만8000원인데 한 달에 20일만 맡겨도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도우미 교사의 점심비용도 있다. 야근이라도 몇 번 해 야간할증비용까지 합하면 입주 베이비시터와 다를 것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전국적으로 도입된 아이돌보미제도는 높은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가격 부담 때문에 중산층의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가 3일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돌보미를 이용한 부모 중 87.5%가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다수 맞벌이가정이 이용하는 다형은 이용률이 15.2%에 불과했다. 저소득층인 가형을 이용하는 가정은 ‘만족한다’는 대답이 77.9%로 나타난 반면 나·다형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각각 30.4%, 31.1%였다.
가형 이용자라고 해서 국가가 계속 보조해주는 것은 아니다. 가·나형을 이용하는 부모들은 “연간 480시간으로 돼 있는 이용시간제한이 가장 불만”이라고 답했다. 제한시간을 모두 쓰면 다형 요금을 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는 추경예산까지 합해 224억 원이었지만 현재 정부안대로라면 내년도 예산은 27억 원이 더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용자는 늘어나는데 예산이 줄어들면 이용시간은 더 축소될 여지도 있다. ▼“주말-심야 도우미 서비스 추가됐으면…”▼
아이돌보미 이용 가구 26% 응답
‘2009 아이돌보미 평가보고서’를 보면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계층은 일반가정이 아닌 맞벌이 부부들이었다. 조사 대상 3721가구 중 40%인 1480가구가 맞벌이였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생후 3개월∼12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아동의 평균연령은 4.32세였다. 아이가 사설 어린이집을 가기에 너무 어린 경우에 많이 맡기는 것이다. 고선주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 센터장은 “직장여성의 경우 출산 뒤 3개월 만에 직장에 돌아갈 때 맡길 사람을 찾지 못해 많이 힘들어 한다”며 “내년부터 0세아 정기 돌봄 서비스가 시작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모들이 추가를 희망하는 서비스는 ‘주말 및 심야전문 도우미’(25.9%)였다. 연령별 학습 돌보미(28.3%)에 대한 욕구도 컸다. 민간 베이비시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담스러운 비용’(49%)과 ‘믿음이 가지 않아서’(36.3%)라는 대답이 많았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 때문에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보육은 기본적으로 사설기관과 부모가 맡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돌보미 서비스는 일시적인 경우에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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