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등 연계 ‘호텔 패키지’ 한 달간 겨우 4개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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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4일 03시 00분


서울시-관광公이 기획한 ‘관광 그랜드 세일’

서울시와 한국관광공사가 서울의 특급호텔 5곳과 함께 한 달 동안 내외국인들에게 호텔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으나 불과 4개밖에 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 소홀과 보여주기식 행정이 빚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9월 26일∼11월 25일을 ‘서울 관광 그랜드 세일’ 기간으로 정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각종 문화공연 관람과 쇼핑을 홍보하고 할인 쿠폰을 발행했다. 특히 11월에는 서울의 특급 호텔로부터 패키지 상품을 제공받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판매 홍보에 나섰다. 이 행사에는 그랜드앰배서더서울, 리츠칼튼서울, 신라호텔,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 임피리얼팰리스 등 내로라하는 서울의 5개 특급 호텔이 참여했다.

2일 호텔들에 따르면 ‘서울 관광 그랜드 세일’을 위해 별도로 기획한 패키지 상품은 5개 호텔 가운데 그랜드앰배서더와 임피리얼팰리스에서 각각 2개씩 총 4개만 팔렸다. 호텔들이 내놓은 패키지 상품은 호텔마다 다르지만 보통 1박 2일에 2∼4인용 방과 조식, 피트니스센터 이용권, 공연 관람권(난타, 비보이 공연 등), 면세점 할인권, 식음료 할인권 등이 제공되며 30만∼80만 원 수준이었다.

서울시나 한국관광공사의 관여 없이 그랜드앰배서더가 자체적으로 판매한 ‘앰배서더 패키지’는 두 달 동안 350개가 팔렸고, 임피리얼팰리스의 ‘러블리 주얼리 패키지’는 한 달 반 동안 200개가 팔렸다. 이처럼 특급 호텔이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면 최대 수천 개에서 최소 100개 이상 판매되는 상황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실적이다.

호텔 관계자는 “서울시와 한국관광공사의 홍보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호텔로부터 패키지 상품을 받아서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 외에 다른 홍보 전략이 전혀 없었다는 것. 다른 호텔 관계자는 “불과 행사 시작 1주일 전에 참여 연락을 받아 팔릴 만한 패키지 구성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서울시와 관광공사가 전문성도 없으면서 패키지 구성에 관여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예를 들어 ‘리무진 서비스’ 등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져 호텔 패키지에서 제외되는 추세인데도 두 기관이 포함시킬 것을 종용했다는 것. 한 특급 호텔 관계자는 “특급 호텔 5개가 모여 한 달 동안 패키지 상품 4개를 팔았다면 업계에서 웃음거리가 될 만하다”고 말했다. 2010년 한국 방문의 해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회의’를 주재하는 등 범정부적인 관광산업 육성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선 현장의 행정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그랜드 세일’ 가운데 관광객들에게 할인 쿠폰을 발행해 쇼핑이나 공연 관람을 유도한 행사는 성공적이었다”며 “호텔 패키지는 올해 첫 시도이니만큼 내년부터는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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