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자 찾았다,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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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4일 2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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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용 전남소방본부 순천소방서 소방교와 구조견 ‘세움’이가 조난자로 가장한 소방방재청 직원을 구조하고 있다.용인=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덕용 전남소방본부 순천소방서 소방교와 구조견 ‘세움’이가 조난자로 가장한 소방방재청 직원을 구조하고 있다.
용인=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등산객 6명이 실종됐습니다. 예상 지역은 도로를 기점으로 300m 부근입니다." 구조 지시가 떨어졌다. 장택용 경기 남양주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사가 검은색 셰퍼드 '명지'(7, 수컷)에게 "앞으로"를 외쳤다. 안개가 자욱해 가시거리가 채 30m도 안되는 상황. 명지는 겁 없이 홀로 산을 향해 뛰어올랐다. 명지가 시야에서 사라진 지 1분가량이 지나자 산 속에서 크게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쫓아 장 소방사가 달려간 곳에는 조난자로 가장한 자원봉사자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달 2일 경기 용인시 삼성생명구조견센터 야지수색훈련장에서는 '119구조견 경진대회'가 열렸다. 전국 8개 소방본부별로 소속된 구조견 15마리가 한 자리에 모여 타고난 후각과 그동안 받은 훈련 성과를 뽐냈다. 이날 구조견들의 임무는 30분 안에 산 속에서 조난자 찾아내기. 훈련장 곳곳에 조난자로 가장한 사람 4명과 돼지 사체 2구가 숨겨져 있었다. 잡식성인 돼지는 사람과 가장 비슷한 냄새를 풍겨 수색 훈련에 자주 쓰인다. 주요 평가 항목은 핸들러(구조견 담당 소방공무원) 지시에 대한 복종과 핸들러 없이 조난자를 홀로 발견했을 때의 대응이다.

짙은 안개와 낯선 현장에도 구조견들은 무리 없이 조난자를 찾아냈다. 조난자를 발견한 구조견들은 사고 현장 2m 이내를 벗어나지 않고 꾸준히 짖어 위치를 알렸다. 실제 상황에선 조난자들이 몸집이 큰 구조견을 보고 당황하기 쉽다. 박용윤 경남 진주소방서 소방장은 "조난자들이 위협해도 구조견들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며 "실수로 물더라도 사람살이 이빨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놓도록 훈련됐다"고 말했다.

119구조견들의 활약은 1998년 삼성생명이 소방방재청에 셰퍼드 두 마리를 기증하면서 시작됐다. 구조견들은 그 뒤로 10년 간 국내외 재난 현장을 누비며 80여 명을 찾아냈다. 1999년 대만과 터키 지진 현장을 비롯해 최근 인도네시아 산사태 매몰자 수색 등 11번 국제 출동하기도 했다. 현재 활동 중인 15마리 모두 삼성생명 구조견센터에서 훈련을 거쳐 구조견 국제 공인 자격증을 받은 독일산 셰퍼드들이다. 진돗개는 사냥 본능이 강해 구조견으로는 쓰지 않는다.

구조견들의 평균 나이는 3~9살. 11살이 되면 '정년퇴직'해 일반인에게 분양된다. 평소엔 체력 및 복종훈련을 비롯해 일주일에 두 번 가량 실제 상황 훈련을 받는다. 30~40㎏대 늘씬한 몸매를 뽐내는 구조견들은 갑작스런 출동에 대비해 하루에 저녁 한 끼만 먹는다. 간식은 자주 주지는 않는다. 수색 중 음식물 냄새에 현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인=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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