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5년 연속 ‘무분규’로 타결했다. 노조는 이달 중순 실시할 조합원 찬반 투표 때 민주노총 탈퇴 여부도 함께 결정하기로 했다.
올해 10월 22일부터 13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여온 노사 양측은 4일 오전 3시 50분 임금 5% 삭감을 내세운 사측과 해고자 복직 및 증원을 요구한 노측이 한발씩 물러서며 ‘2009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에 전격 합의했다. 타결안에 따르면 임금은 동결하고, 쟁점이 됐던 야간 공사감독 초과근무수당은 총액인건비 한도 내에서만 지급하기로 했다. 연수 중에 연차 수당을 받던 관행도 금지된다. 해고자(18명) 복직과 증원 문제는 노조가 막판에 철회했다. 정연수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은 “어려운 환경을 노사가 함께 헤쳐 나가자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7일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달 중순경 타결안 통과와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올해 3월 취임할 때부터 민노총 탈퇴를 공언해 왔다. 현행 노조 규약에 따르면 조합원(8800여 명)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상급단체(민주노총)를 바꿀 수 있다. 노조는 탈퇴가 결정되면 당초 계획대로 ‘제3노총’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고객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많은 조합원들도 민노총의 이념투쟁과 반정부투쟁으로는 권익을 높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1987년 창립 이후 2004년까지 파업 10회, 태업 2회 등 24번의 쟁의를 벌이며 강성노조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특히 1999년 4월에는 1주일간 파업을 벌이다가 서울시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노사가 “파업만큼은 막아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노사문화가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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