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국립대학법인인 울산과학기술대(UNIST·울산 울주군 언양읍) 조무제 총장(사진)은 8일 서울대 법인화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 총장은 2003년 12월부터 일반 국립대인 경상대 직선 총장을 지낸 뒤 2007년 9월 울산과기대 초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일반대와 법인화대의 실상을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총장인 셈이다.
중국과학기술대(USTC)와 학술교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위해 중국에 체류 중인 조 총장은 8일 동아일보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법인화 국립대의 가장 좋은 점은 자율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꼽았다. 올 3월 개교한 울산과기대가 개교 첫해부터 KAIST, 포스텍과 비슷한 우수 학생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장학금 지급 등에서 대학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됐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일반 국립대는 교수 정년이 65세이지만 울산과기대는 ‘연구실적이 뛰어나거나 대학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 정년을 70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정관에 명시한 덕분에 우수 교수를 영입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울산과기대는 올 들어 서울대 물리학과 조용민 교수 등 3명을 석좌교수로 영입하는 등 국내외에서 82명의 우수 교수를 확보했다. 올해 신입생(500명) 가운데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이 25%였다. 일반계 고교 출신도 내신이 최상위(2∼3%)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조 총장은 “1000억 원 상당의 대학 용지, 15년간 매년 100억 원씩 지원하는 것을 포함해 울산시와 울주군 등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법인화 국립대의 장점”이라며 “일반 국립대에선 자치단체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총장은 “총장 직선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국립대는 총장 임기 만료 2, 3년 전부터 후보들이 교수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는 등 연구와 교육을 해야 하는 대학이 정치판처럼 변질되고 있다”며 “법인화되면 총장을 이사회에서 선임하기 때문에 선거운동이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 총장은 “많은 국립대가 법인화되면 정부 지원이 줄지 않을까 우려해 법인화를 반대하고 있다”며 “국립대 법인화의 이유가 예산 감축이 아니라 대학의 자율성과 경쟁력 강화라는 확실한 인식을 정부가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모든 국립대를 2004년 4월 법인화했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한국에서도 가능하면 모든 국립대를 일괄적으로 법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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