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국립 ‘틀’ 깨고 독립, 이제 반걸음만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9일 03시 00분


총장 직선 대신 간선제
4兆 국-공유재산 무상 확보
정부지원 유지-수익사업도

‘세종시 제2캠퍼스’와 빅딜설
국회 통과 진통 겪을듯

《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는 정부에서 예산을 타가던 국립대를 인사 예산 조직 자율권이 보장된 법인으로 독립시키기 위한 절차와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대는 이런 자율권을 토대로 2025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서울대는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와 일간지 더 타임스가 공동 실시한 ‘2009년 세계대학평가’에서 4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50위보다는 올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 경쟁력 높이는 유연한 제도 도입

서울대는 “법인으로 바뀌면 노벨상 수상자 같은 고액 연봉 교수진도 초빙해 교육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우수 교수진을 초빙하지 못한 것은 공무원 보수체제에 묶여 연봉제 도입이 막혔기 때문이다.

예산 자율권을 얻으면 교수 및 학생의 30%, 직원의 10%를 외국인으로 충원해 국제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서울대의 외국인 학생 비율은 학부생 4.4%, 대학원생 7.5%였고 외국인 전임교수 비율은 2.2%였다.

연봉제와 국제화는 연구 수준을 높이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서울대는 기대했다. 법인화 이후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수월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서울대의 계획이다. 또 학문의 융·복합 시대를 맞아 학과 및 단과대학을 유연하게 설계하고 첨단 및 융합 분야를 중점 육성할 방침이다.

○ 총장 체제에서 이사회 체제로

지금까지 서울대는 다른 국립대와 마찬가지로 총장 중심의 운영체제였다. 법인이 되면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로 바뀐다.

이사회는 7명 이상 15명 이하로 구성되는데 총장과 부총장 2명,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기획재정부 차관, 평의원회 추천자 1명이 포함된다. 이사회는 총장 선임, 주요 예산 결산, 중장기 계획 등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법인화 이후 초대 서울대 총장은 이사장을 겸임한다. 초대 총장에게는 인사와 학교 운영권까지 함께 행사하는 ‘슈퍼 총장’의 역할을 맡기겠다는 뜻이다. 법인화 전환 초기의 강력한 개혁을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게 대학 안팎의 중론이다.

이와 함께 서울대는 법인화가 이뤄지면 행정체제부터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부총장 및 처장 부처장 제도를 개선해 결재 체계를 단순화하고 이사회와 총장, 학장 및 학과장의 책임경영 체제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조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 인력 수혈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외부 인사는 서울대 부총장급을 포함한 고위 관리직에 스카우트될 수 있다.

서울대 교직원들은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나 법인의 직원이 된다. 그 대신 공무원에서 퇴직해야 한다. 희망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소속, 신분 등을 정하도록 했다.

○ 수익금과 재산은 법인에 귀속

서울대는 지금까지 정부기관으로 수익과 투자 사업을 벌일 수 없었다. 하지만 법인으로 바뀌면 장기 차입을 하거나 학교채를 발행할 수 있으며 교육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수익사업도 할 수 있다. 수익금 국고 귀속제도도 바뀐다. 법인화 이후 서울대 법인은 수익금과 학교 재산을 직접 관리한다.

법안에 따르면 서울대가 관리하던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은 학교 운영에 필요한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서울대에 무상 양도하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대가 관리하는 국유재산 중 가장 값비싼 재산은 역시 관악캠퍼스. 전남 광양시에는 면적이 1억6218만 m²에 이르는 남부 학술림도 있다. 모든 재산을 시가로 평가하면 3조8000억 원에 이른다.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 기부금 확충, 수주 연구비 증대, 수익사업 활성화, 산학협력 및 기술이전 등을 통해 재정 확충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해결 과제

서울대 주종남 기획처장은 8일 “법인화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특혜 시비와 법인화 반대 여론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법인화에 따른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우려, 지나친 수익사업과 영리 추구로 인한 ‘문사철(文史哲·문학 사학 철학)’ 등 기초학문 연구 소홀, 다른 사립대들과의 수익사업 경쟁도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서울대가 법인화를 추진하는 대가로 세종시에 제2캠퍼스를 짓는 계획에 동의했다는 이른바 ‘빅딜설’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주 처장은 “법안이 정상 통과돼도 회계 체제를 바꾸고 재산을 정리하는 데 최소 1년이 걸리는데 세종시 관련 특혜 시비마저 일어 뭐라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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