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요리대회 50여개 상 휩쓸어
대한민국 단 6명뿐인 명장 칭호
올 대구박람회서 제자 전원 입상시켜
“대통령도 무섭지 않은데 칼과 불 앞에만 서면 무섭습니다. 겸손해집니다.” 청운대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이상정 교수(55). 대한민국에서 단 6명뿐인 ‘요리명장’(노동부 인증) 제3호인 그는 칼과 불 앞에선 작아진단다. 그만큼 조심스럽다는 얘기다.
충북 보은 출신인 그는 공부가 싫어 중학교를 마친 뒤 무작정 상경했다. 양식당에서 접시 닦는 일로 시작해 1987년 스위스그랜드호텔, 1994년 리츠칼튼호텔 조리부장, 2000년 메리어트호텔 총주방장, 이후 대학교수를 지내며 한국 조리업계의 신화를 만들어왔다. 전 세계 요리대회를 석권하며 40여 년을 걸어온 그의 조리인생을 보면 사람들은 숙연해진다고까지 말한다.
7일 오후 충남 홍성군 홍성읍 남장리 청운대학. 6층짜리 호텔관광대 건물은 대학이라기보다는 최고급 호텔 같다. 건축비만 무려 200억 원. 스위트룸과 디럭스룸은 물론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바, 대중소 연회실, 그리고 푸드스타일룸과 로비를 갖추고 있다. 100평 규모의 7개 조리 실습실도 갖추고 있다. 국내 대학 조리분야 최고급, 최첨단 건물이다. 국내 유명호텔과 협약을 맺어 대학졸업 후 곧바로 ‘현장투입’이 가능한 체제도 갖췄다. 이 교수는 2002년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치면서 청운대와 인연을 맺은 뒤 2007년부터 이곳에 몸을 담고 있다.
“요리는 종합예술입니다. 지극한 정성으로 빚어내는 예술.” 이 교수는 프랑스 요리는 물론 멸치만으로도 40가지 요리를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조리의 ‘달인’이다. ‘초짜’ 시절인 1975년 프라자호텔 주방팀 근무 당시 선배들이 예비군훈련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갑자기 청와대 칵테일파티 출장 명령을 받자 거뜬히 치러낸 경험도 있다.
그의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1992년 싱가포르 국제요리대회에서 금상과 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요리대회, 서울세계음식박람회 대상 등 50여 개 주요대회의 상을 석권했다. 이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대회는 그 정통성을 인정받을 정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알 아랍 호텔 수석 총괄조리장인 애드워드 권도 바로 이 교수에게 배운 후배이다. 이 교수를 겸임 등으로 영입한 대학만도 서정대, 영산대 등 7∼8군데에 이른다.
그는 올해 대구음식관광박람회에 참가한 제자 22명 전원을 입상시켰다. 학과 신입생은 160명(내년에는 110명). 졸업 후 “이상정 교수님한테 배웠습니다”라는 말에 취업을 거절하는 국내 호텔은 없단다.
“이제 요리만으로 승부를 걸 순 없습니다. 한식 세계화도 외국어는 물론 서비스 마인드, 위생, 그리고 경영능력까지 필요하지요.”
청운대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는 이름 그대로 이 교수가 꿈꾸는 서비스와 요리와 경영을 하나로 묶은 곳이다. 학습 커리큘럼도 이론과 실습을 겸비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명 호텔과 레스토랑 대부분에 제자를 두고 있다. 부러울 게 없다. 하지만 그는 “주방에 서면 늘 떨린다”며 겸손해했다. 그는 ‘요리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거짓말과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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