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외고 첫 ‘사회적 배려’ 전형 미달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4일 03시 00분


‘20% 선발’ 실효성 논란

위화감에 실제 교육비 부담… 학부모들 선뜻 지원 꺼려
대상자도 중3 전체 16% 불과… “비율 줄이고 지원 강화” 지적

A 양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올해 한 국제중에 입학했다. 1학기 중간고사 때만 해도 전교 100등 안에 겨우 들던 A 양은 이제 전교 10등을 바라본다. A 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학원을 다녔던 친구들보다 기초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 주눅 들기도 했지만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 지금은 자신있다”고 말했다.

A 양의 학교는 지난해보다 올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신청자가 많이 몰렸다. 1학년에서 중도 탈락한 학생도 없다. A 양의 학교장은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 거의 모두가 성공적으로 적응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귀족 학교 논란에 지원을 꺼리던 학부모들의 마음도 누그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 A 양 성공기는 이례적

정부는 A 양처럼 개천에서 용이 나도록 하려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을 계속 늘리고 있다. 지난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고교선진화를 위한 개선안에서도 외고 정원의 20%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선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인기는 시들하다. 이달 초 처음 실시한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서 전체 13곳 중 8곳(61.5%)이 미달이었다. 서울지역 외고에서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을 도입해 학교별로 10명 안팎을 모집했지만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학교도 있었다.

문제는 성적이 좋은 학생도 지원을 꺼린다는 점이다. 차상위 계층의 B 씨는 “우리 아들은 상위권 성적이지만 전문계고에 가라고 했다. 그쪽이 학교를 다니면서 상처도 안 받고 나중에 대학도 더 잘 가는 길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교육비 전액을 모두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달리 차상위 계층에서 이런 불만은 더 크다. C 씨도 “수업료는 학교에서 부담한다고 해도 방과 후 학교, 수학여행 경비 등을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났다”며 “학교를 다니면서 사회적 배려 대상이라고 놀림 받을 것도 걱정이었다”고 전했다.

○ 지원 방식 다양화 필요

사회적 배려 대상자 비율을 20%로 설정한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전국 중3 학생 중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분류할 수 있는 학생 비율은 16%다. 저소득층으로 범위를 제한하면 기초생활수급자는 6%, 차상위계층은 5%다. 교과부 관계자는 “적극적 차별해소 정책이 성공하려면 30%를 할당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20%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자율고 재단 관계자는 “법적으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지원할 수 없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도 많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비율을 10% 정도로 줄이고 이런 학생 중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돕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근 고려대 교수(교육학과)는 “이 정책이 성공하려면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단지 배려해서가 아니라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좋은 학교에서 공부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학업성취도 등에 일정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한 학생에게는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 계층, 국가보훈대상자 자녀, 시도 교육감 또는 학교장이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계층 등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는 특별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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