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정체때 진입차로 수 조절 첫 주말 영업소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4일 03시 00분


절반 줄여도 車장사진 없어
서해안선 등 정체완화 효과

일부 화물차 진입로만 개방
승용차 운전자들 혼란도
제도 취지엔 대체로 긍정적


12일 오전 10시 10분 한국도로공사 영동고속도로 북수원영업소 소속 도로공사 직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오전부터 영동지역으로 향하는 차량이 몰린 영동선에 서행구간이 빠르게 길어지자 진입차로를 줄이라는 도로공사 교통센터의 지시가 내려온 것.

지시를 받은 영동선 북수원영업소 직원들은 평소 2개를 개방하던 하이패스 차로 중 1개를 닫고 일반차로도 4개 중 2개를 닫았다. 진입차로가 절반으로 줄어들자 영업소 앞에서 대기하는 차량들의 행렬이 잠시 길어졌지만 직원의 안내를 받아 속속 고속도로로 진입하면서 대기시간은 빠르게 줄었다. 영동선 정체가 심해진 오후 6시 반경 2단계가 발령되면서 진입차로가 1개 더 줄었지만 대기시간은 1단계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영업소 진입차로를 조절해 교통량을 줄이는 ‘영업소 진입교통량 자동조절 시스템’이 11일부터 시범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는 고속도로가 막힐 때 유입 교통량을 줄여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도로공사 교통처 장근선 차장은 “추석 연휴 때 시범 시행한 결과 경부선 기준으로 지·정체 구간은 14km, 지·정체 지속시간은 5시간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진입로 조절’ 안내판고속도로 정체 시 영업소 진입차로 수를 조절해 교통량을 줄이는 ‘영업소 진입교통량 자동조절 시스템’이 시범운행에 들어갔다. 이틀째인 12일 영동고속도로 북수원 영업소 인근 국도변에 ‘주말 고속도로 혼잡시 진입 조절’이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수원=우정열 기자
‘진입로 조절’ 안내판
고속도로 정체 시 영업소 진입차로 수를 조절해 교통량을 줄이는 ‘영업소 진입교통량 자동조절 시스템’이 시범운행에 들어갔다. 이틀째인 12일 영동고속도로 북수원 영업소 인근 국도변에 ‘주말 고속도로 혼잡시 진입 조절’이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수원=우정열 기자
시범 시행 결과 영업소 앞에 차량이 장사진을 이루는 등 우려했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주말 수도권 교통량이 정점에 이른 12일 영동선(북수원, 동수원 등)에 이어 순차적으로 진입차로 조절에 들어간 서해안선(매송, 비봉), 경부선(수원, 오산 등), 중부선(경안, 곤지암) 영업소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영동선과 중부선 일부 영업소를 제외하면 2단계 조절에 들어간 영업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1단계는 고속도로 본선 서행구간이 20km 이상일 때, 2단계는 서행구간 40km 이상(정체구간 12km 이상)일 때 발령된다.

하지만 소규모 영업소는 진입차로가 2개로 줄어들어 하이패스 차로와 화물차 진입차로만 개방되자 화물차로를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착각한 일부 운전자가 “승용차는 어디로 들어가느냐”며 요금소 직원에게 문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12일 오후 8시를 넘기면서 대부분의 영업소에서 2단계 상황이 해제됐고 오후 10시쯤 1단계 상황도 해제됐다.

도로공사 교통센터 김용수 팀장은 “교통량이 비슷한 다른 주말에 비해 이번 주말 고속도로 소통 상태는 원활한 편이었다”며 “13일 서해안선의 경우 평소 15km 이상 정체됐던 화성휴게소 구간이 총정체구간도 4km가량 줄고 정체구간도 5, 6km씩 끊어지는 등 제도 시행으로 인한 지·정체 완화 효과가 일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스키장의 대거 개장 등으로 교통량 증가 요인이 컸음에도 이번 주말 고속도로 사정이 원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진입차로 조절에 운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12일 영동선 북수원영업소로 진입하던 최재영 씨(37·회사원)는 “진입할 때 조금 불편해도 고속도로가 덜 막히면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북수원영업소 박주경 팀장은 “‘진입차로를 왜 줄이냐’고 항의하는 운전자도 있었지만 제도 취지를 설명하면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수원=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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