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리에 힙합 스타일의 옷차림을 한 박모 씨(27·여)는 가슴에 무명을 두르고 남자 행세를 하고 다녔다. 그러면서 여자친구도 사귀었고, 지난해 초엔 여자친구의 할머니인 김모 씨(81)에게 인사까지 했다. 박 씨는 김 씨가 병원에 간다고 하면 ‘모시고 가겠다’며 따라나섰고, 심부름도 해주면서 호감을 샀다. 박 씨는 김 씨의 믿음을 사면서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에 나섰다.
지난해 3월 “세입자가 나가는데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250만 원을 빌린 것을 시작으로, 이후에도 2차례에 걸쳐 600만 원을 더 빌렸다. 그래도 김 씨는 박 씨를 믿었고, 은행 심부름까지 맡겼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김 씨의 통장과 도장을 두는 위치와 비밀번호 등을 알게 됐고, 5차례에 걸쳐 약 500만 원을 빼돌렸다.
박 씨의 범행은 쓰지도 않은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걸 이상하게 여긴 가족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명세를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그 위에 볼펜으로 금액을 고쳐 써 넣는 방법으로 김 씨를 속여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의 여자친구 등 김 씨 가족은 남자로만 알고 있던 박 씨가 경찰 조사에서 여자라는 점이 드러나자 깜짝 놀랐다. 서울북부지법은 사기 및 사문서 위조, 주거침입 혐의로 3월 불구속 기소된 박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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