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대통령 유보 지시 배경
일각 “서민의료 부실”우려에 MB “우리 제도 자긍심 필요”
건보 흔들기 시각에 선긋기
내년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 지방선거뒤 재논의 할듯
이명박 대통령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 문제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은 세종시 및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국정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영리병원 문제가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 사각지대가 생기는 등 서민 의료체계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의료보험 제도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국식 헬스케어(건강보험제도)가 반드시 좋은 건 아니지 않느냐”고 한 것도 영리병원 문제가 자칫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를 흔들려는 것으로 오해받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리병원 도입을 강행할 경우 의도와 상관없이 현 정부의 친(親)서민 정책기조와 배치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영리병원의 도입 취지와 상관없이 결국에는 ‘부자 대 빈자(貧者)’ 구도의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한 주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내에선 서비스업 선진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 의료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친서민 기조와 반대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고 덧붙였다.
부처 간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 대통령이 신중론을 편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 2월 취임한 이후 최대 역점 정책 중 하나로 영리병원 도입을 통한 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을 내세우면서 소관 부처 장관인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올해 내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영리병원 도입 결정이 일단 보류됐지만 적절한 시기에 다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비스업 선진화 및 의료분야의 규제 개혁은 현 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사안인 데다 정부의 내년 주요 경제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세종시 및 4대강 논란이 잠잠해지고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영리병원 도입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용역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당장 시행할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그런 취지도 들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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