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신명고 前교장 이상두 옹, 장학기금 1000만원 쾌척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제자들이 모교 위해 뛰는데스승인 내가 구경만 할수야”

대구의 신명고 교장실에서 총동창회 측에 장학기금을 전달한 이상두 옹(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총동창회 이사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용균 기자
대구의 신명고 교장실에서 총동창회 측에 장학기금을 전달한 이상두 옹(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총동창회 이사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용균 기자

“환갑을 넘긴 제자들이 모교를 살리기 위해 장학금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 교단에서 경험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고 아주 기분이 좋군요. 허허허!” 14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동산동의 신명고(옛 신명여고) 교장실. 이 학교에서 35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고 교장까지 지낸 이상두 옹(88)이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제자들의 손을 잡은 채 환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잠시 후 이 옹은 신명총동창회 석정달 회장(69·명진섬유 대표)에게 장학기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총동창회 이사 9명이 참석했다. 석 회장은 “(이상두) 교장선생님이 미수(米壽·88세)를 맞아 자녀분들이 모아 드린 잔치비용의 대부분을 장학기금으로 흔쾌히 내놓으셨는데 너무 큰돈이라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 옹은 “내 뜻을 존중해 준 집사람과 아들, 딸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영남지역 최초의 여학교로 1907년 문을 연 신명고는 지금까지 5만여 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2년 전 개교 100주년을 맞아 역사관 건립 등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 학교를 졸업한 60, 70대 여성들이 주축이 돼 장학재단 설립을 위한 기금 모금에 나선 것이다. 우수 학생을 유치하고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다. 모금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100여 일 만에 졸업생 500여 명이 ‘정성’을 보내와 현재 4억2000여만 원이 기금으로 쌓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졸업생 20여 명도 최근 2000여만 원의 장학기금을 기탁했다. 66회 졸업생들은 최근 대구 북구 침산동의 한 카페에서 ‘신명고 장학금 모금을 위한 바자 및 1일 찻집’을 열고 1800여만 원을 모으기도 했다. 이 행사를 주도한 배언희 한빛안과 원장(여)은 “동문 200여 명이 바자에 참여해 모교사랑을 실천했다”며 “후배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신명고는 조성된 장학기금으로 지난달 24일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재단법인 신명총동창회 장학회 설립 인가를 받았다. 장학회 측은 내년 3월부터 성적 우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재학생의 어학연수는 물론이고 우수 교사를 위한 연수사업도 할 방침이다. 장학회 초대 이사장을 맡은 박병희 씨(71)는 “그동안 졸업생들이 개별적으로 장학금을 전달하곤 했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장학기금을 낼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다”며 “동문들과 함께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을 판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동문들도 자기 일처럼 장학기금 모금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고 ‘신명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신명고 박창우 교장은 “평준화 이후 잃어 가고 있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 교육과정을 35%까지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자율학교’를 시교육청에 신청했다”라며 “장학재단 출범이 학교 발전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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