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지역 음악가 40여명
가정형편 어려운 아이들 모아
‘드림키즈 오케스트라’ 창단
내일 호평체육센터서 첫 공연
초등학교 5학년인 박진(가명·11) 군은 흔히 말하는 ‘문제아’였다. 어린 나이에도 입에서는 욕설이 끊이지 않았다. 가족은 물론이고 학교조차 박 군의 거친 행동을 말리지 못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가출한 뒤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박 군은 또래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고 늘 혼자였다. 오랜 기간 박 군의 마음속에는 외로움와 열등감이 자랐고, 이것이 폭력과 폭언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족도 학교도 포기했던 박 군이 18일 한 클래식 음악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변신한다. 천방지축이었던 박 군이 클래식 연주자가 된 것이다.
○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다.
박 군이 바이올린을 잡은 것은 올 4월. 경기 남양주시가 결성한 ‘드림키즈 오케스트라’에 선발된 것이다. 드림키즈 오케스트라는 남양주시가 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실시하는 드림스타트 사업 중 하나. 올 4월 박 군처럼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40여 명이 오케스트라 단원에 뽑혔다.
그러나 ‘꿈’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대부분의 어린이가 연주는커녕 클래식음악을 제대로 접해본 적도 없었다. 아이들은 레슨 중에 수시로 자리를 뜨거나 장난을 치는 등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특히 박 군은 과격한 행동 때문에 이곳에서도 ‘사고뭉치’로 통했다. 덕분에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강숙희 씨(30·여)는 레슨 때마다 박 군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렇게 3개월 정도 고통스러운 기간이 지나자 마침내 ‘기적’이 나타났다.
강 씨는 “어느 날 진이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더니 연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진이를 ‘천사’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 이론도 모르는 아이들과 오케스트라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과 몸과 마음으로 부닥치니까 마침내 변화가 시작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첫 무대에 서는 드림키즈
드림키즈 오케스트라 결성과 운영은 남양주시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교와 기업체, 종교기관은 악기 등 각종 물품을 지원했고 연습을 위한 장소를 빌려줬다. 남양주지역에 사는 음악전공자 40여 명은 매주 두 차례 악기별 레슨과 합주 연습을 돕고 있다. 이들의 기부 및 나눔 활동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억 원.
18일에는 남양주시 호평동 호평체육문화센터에서 드림키즈 오케스트라의 창단음악회가 열린다. 4월 결성 이후 몇 차례 찬조공연을 가진 적은 있지만 이름을 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슷한 아이들로 구성된 드림패밀리 합창단과 어린이난타 공연단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남양주시 드림스타트팀 임정연 씨(37·여)는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복지 차원의 사업을 문화적인 차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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