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 그 후]<8> ‘한국 비하’ 논란 2PM 재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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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터서 아르바이트 하더라”
미국까지 쫓아간 ‘사생활 침해’


美 댄스대회 참가 동영상 등
일거수일투족 추적해 보도
사적영역 공개 어디까지
‘사이버공간 윤리’ 숙제 남겨


재범의 최근 모습이 담긴 영상을 캡처한 화면. 13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재범이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비보이 대회에 참가해 춤을 추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재범의 최근 모습이 담긴 영상을 캡처한 화면. 13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재범이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비보이 대회에 참가해 춤을 추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13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는 2PM 멤버로 활동하다 한국 비하 논란에 휩싸여 탈퇴한 재범(본명 박재범)이 미국에서 열린 비보이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한 모습을 담은 영상이 게재됐다. 재범은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비보이 댄스 경연대회 ‘윈터 나이츠’에 ‘AOM’이라는 팀의 멤버로 참가했다. ‘AOM’은 이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재범은 현란한 춤 실력을 과시했다. 동영상이 확산되자 국내 팬들은 ‘반갑다’고 반기는 반응을 보였다.

재범이 인기 아이돌 그룹 2PM을 탈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지 어느덧 3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그가 비보이 대회에 참가한 영상이 인터넷에서 주요 화두가 될 정도로 재범의 일거수일투족은 여전히 관심을 모은다. 대회 우승 소식이 한국에 전해진 15일 재범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어 순위 5위에 올랐다. 인터넷 매체들이 보도한 관련기사만도 70여 건에 이르렀다.

지난달 25일에는 케이블채널 tvN이 ‘재범이 현지 카센터에서 타이어 교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소식을 전해 사생활 침해 논란에 불이 붙었다. tvN은 카센터를 직접 방문해 재범이 일하는 것을 봤다는 주변인을 촬영한 뒤 이를 방영했다. 방송이 나간 뒤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사생활 침해’라며 항의하는 팬들의 글 수천 개가 올라왔다.

톱스타로 각광받던 재범의 한국 비하 논란은 9월 5일 새벽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게시물 하나로 시작됐다. 그가 연습생 시절 미국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마이스페이스에 영어로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하는 글을 올린 것이 캡처된 자료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재범은 곧바로 팬카페에 자신이 쓴 글이 맞다고 인정하며 “너무 어려서 정말 잘못 표현했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인터넷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싸늘해졌다. 누리꾼들은 다음 아고라에서 ‘재범 2PM 탈퇴 청원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심지어 ‘재범 자살 청원 서명운동’까지 진행됐다.

재범은 결국 9월 8일 2PM을 탈퇴했다. 재범의 출국을 막기 위해 공항에 모였던 수천 명의 팬들은 이후 JYP 건물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오프라인으로 그 여파가 이어지며 많은 논란거리를 남겼다.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 관리 실태,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국적 해외 교포의 정체성 논란,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 여론의 영향력과 날로 힘을 발휘하는 팬덤 현상 등이 그것이다. 연예인 등 유명인이 미니홈피나 마이스페이스에 남긴 글, 사진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사생활 침해인지를 두고도 논쟁이 이어졌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사이버 공간에서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대중의 미숙한 심리와 사생활 침해가 논란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디어 평론가인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회장은 “문제의 글은 타인에게 공개된 마이스페이스 게시판에 게재됐고 해킹당한 것도 아니다”면서 “연예 기획사가 지금처럼 인터넷 공간을 통한 스타의 사생활 노출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이 같은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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